[사설] 기억 쌓인 공연장 허무는 게 도시재생인가
입력 : 2026. 08. 20(목) 00:00수정 : 2026. 08. 20(목) 06:54
[한라일보] 해변공연장을 허문 후 제주혁신플랫폼을 조성하는 내용의 '제주시 탑동 도시재생혁신지구(국가시범지구) 계획안'을 두고 일각에서 반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공모 신청 마감일을 이틀 앞두고 마련한 공청회에선 계획안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하지만 제주도는 공청회에서 발표한 계획안을 중심으로 국토부 공모에 참여했다. 주민·전문가 의견을 듣는 공청회라고 했지만 도시재생법을 어길 도리가 없어 개최한 셈이다. 앞서 문화예술계, 지역민 등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공청회마저 형식적 절차로 끝났다.

제주신항 개발과 연계해 제주시 원도심을 활성화하고 인구 유입을 꾀하며 상생 방안을 찾는다는 탑동 국가시범지구 계획안은 일견 그럴듯하게 들린다. 공청회에서도 '글로벌 비즈니스와 창조적 인재들이 모여들고 뻗어나가는 관문' 'K-콘텐츠가 빛나는 복합문화광장' 등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해변공연장 철거'란 표현 대신 '기존 공연장 재구성'이란 말로 제주신항~원도심 연결축에 새로운 공연장을 건립해 배치하는 안도 내놨다.

제주시민들의 기억이 쌓인 공간을 없애고 그 자리에 고층 건물을 지어 도심의 '혁신 거점'을 만드는 게 과연 도시재생인가. 한 도시가 오랜 세월 이어 온 역사와 전통이 경쟁력인 시대에 단지 낡았다는 이유를 들며 부수려 하고 있다. 여름 대표 음악 축제로 30회 넘게 제주국제관악제가 이어지는 동안 해변공연장 객석에 한 번이라도 앉았던 사람이라면 철거 주장을 꺼내기 어려울 것이다. 제주도는 공모 선정 결과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철회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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