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수의 건강&생활] 겨울철 심혈관질환의 예방과 건강한 겨울나기
입력 : 2026. 11. 04(수) 03:00
이길수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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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겨울이 다가오면 우리는 감기나 독감, 폐렴과 같은 호흡기질환을 먼저 걱정한다. 그러나 추운 날씨에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질환이 있다. 바로 심장과 혈관에 발생하는 심혈관질환이다. 실제로 심근경색과 뇌졸중을 비롯한 여러 심혈관질환은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겨울철에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평소 건강하게 생활하던 사람도 갑작스러운 추위에 노출된 후 심각한 심혈관질환을 경험할 수 있으며, 고혈압이나 당뇨병, 기존 심장 및 혈관질환을 가진 사람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왜 겨울에는 심혈관질환이 더 많이 발생하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겨울철에는 왜 심혈관질환이 증가할까?

우리 몸은 외부 온도가 변하더라도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생리적 조절 기능을 가지고 있다. 추운 환경에 노출되면 체온 손실을 줄이기 위해 피부와 사지의 말초혈관이 수축한다. 이는 체온을 보존하기 위한 정상적인 반응이지만, 동시에 혈관 저항을 증가시키고 혈압을 상승시킨다.

혈압이 상승하면 심장은 더 높은 압력에 대항하여 혈액을 내보내야 하므로 심장근육의 부담과 산소 요구량이 증가한다. 반면 관상동맥에 동맥경화가 진행되어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사람은 증가한 산소 요구량을 충분히 충족하지 못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

추위는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고 심박수와 혈압을 변화시키며, 혈관 내피 기능과 혈액의 응고 및 점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기존의 동맥경화성 질환을 악화시키거나 급성 혈관 사건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겨울철에는 생활습관의 변화도 중요하다. 야외활동과 운동량이 감소하고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며, 과식과 고열량 음식 섭취, 잦은 음주 등이 혈압과 혈당 조절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독감이나 폐렴과 같은 감염성 질환 역시 전신 염증반응과 심장의 부담을 증가시켜 기존 심혈관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겨울철 특히 주의해야 할 심혈관질환

첫째, 협심증과 심근경색이다.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을 관상동맥이라고 한다. 이 혈관에 동맥경화가 진행되어 혈관이 좁아지면 심장근육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못해 가슴 통증이나 압박감이 발생하는데, 이를 협심증이라고 한다. 추운 날씨에는 혈압과 심장의 산소 요구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평소 증상이 없던 사람에게도 흉통이 발생할 수 있다.

심근경색은 관상동맥 내에 혈전이 형성되어 혈관이 갑자기 막히면서 심장근육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심한 경우 심장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거나 치명적인 부정맥이 발생하여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이나 압박감이 지속되거나 식은땀, 호흡곤란, 구역감 등이 동반된다면 즉시 119에 연락해야 한다.

둘째, 뇌졸중이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뇌 조직이 손상되는 질환으로, 뇌경색과 뇌출혈로 구분한다. 고혈압은 두 질환 모두에서 중요한 위험인자이며,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흡연, 심방세동 등도 발생 위험을 높인다.

한쪽 얼굴이나 팔, 다리에 갑자기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증상,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 갑작스러운 시야장애나 심한 어지럼증이 대표적이다. 증상이 일시적으로 회복되더라도 일과성 허혈발작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뇌졸중은 치료가 지연될수록 회복하기 어려운 뇌 손상이 증가하므로 신속한 응급치료가 중요하다.

셋째, 심부전과 부정맥이다.

심부전은 심장이 신체가 필요로 하는 만큼 충분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다. 고혈압, 관상동맥질환, 심근경색 등이 주요 원인이며, 겨울철 혈관 수축과 호흡기 감염은 기존 심부전을 악화시킬 수 있다. 평소보다 숨이 차거나 다리가 붓고, 누워 있을 때 호흡이 힘들어지는 증상이 있다면 진료가 필요하다.

부정맥 중 심방세동은 불규칙한 심장박동을 유발할 뿐 아니라 심장 내부에 혈전이 형성되어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갑작스러운 두근거림이나 어지럼증, 실신 등이 반복된다면 심전도 검사를 포함한 적절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넷째, 말초동맥질환이다.

심장과 뇌뿐 아니라 다리로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에도 동맥경화가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걸을 때 종아리나 허벅지에 통증이 발생하고 쉬면 호전되는 간헐적 파행이다. 질환이 진행하면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발생하거나 발의 상처가 잘 낫지 않고 심한 경우 괴사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당뇨병과 흡연력이 있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다리 통증이나 발의 상처를 단순히 노화나 추위 때문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겨울철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생활수칙

외출할 때는 여러 겹의 옷을 겹쳐 입고 모자와 장갑, 목도리 등을 활용하여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특히 고혈압이나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따뜻한 실내에서 추운 실외로 갑자기 이동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

운동은 혈압과 혈당을 조절하고 체중을 관리하며 혈관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겨울철에도 실내 걷기나 자전거 타기, 가벼운 근력운동 등을 꾸준히 시행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등산이나 격렬한 운동을 시작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고혈압과 당뇨병, 그리고 이상지질혈증은 동맥경화를 촉진하므로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혈액검사가 필요하다. 이미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면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임의로 중단해서는 안 된다.

과도한 염분 섭취는 혈압을 상승시키고 심부전을 악화시킬 수 있다. 국물 음식과 젓갈, 가공식품의 섭취를 줄이고 채소, 과일, 생선, 통곡물 등을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 과식과 과도한 음주를 피하고, 흡연자는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흡연은 혈관 내피를 손상시키고 혈관 수축과 혈전 형성을 촉진하는 대표적인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다.

심혈관질환은 조기 발견과 예방이 중요하다

심혈관질환의 가장 큰 문제는 질병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뚜렷한 증상이 없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을 오랫동안 방치하더라도 특별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혈관 내부에서는 동맥경화가 서서히 진행되고 있으며, 어느 순간 심근경색이나 뇌졸중과 같은 치명적인 질환으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이 발생한 후 병원을 찾는 것보다 위험인자를 가진 단계에서 자신의 심장과 혈관 상태를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이 있는 사람, 흡연자, 비만이나 운동 부족이 있는 사람, 심혈관질환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함께 전문적인 상담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강한 겨울은 단순히 추위를 잘 견디는 것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내 심장과 혈관의 상태를 미리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올겨울에는 자신의 혈관 건강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란다. <이길수 제주수흉부외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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