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공부한 것에 너무 갇히지 말라고 했잖아요"
입력 : 2017. 04. 07(금) 00:00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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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길 시집 '궁금 바이러스' 열여섯살 주인공으로

청소년들이 속으로 삼켰을 질문 생생한 시어로 빚어
'서술형 평가를 망쳤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의 뜻을 서술하는 문제였는데/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면 불가능한 일도 이룰 수 있다'고 썼는데/ 부분 점수도 인정해주지 않았다./ 이의 제기를 했다./ 틀린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찾아갔는데/ 공부한 게 아니라고 했다.// 그래도 틀린 건 아니잖아요. 배운 것에 갇혀 있는 것보다 낫잖아요?/ 공부한 것에 너무 갇히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이미 알려져 있는 생각의 틀, 상상의 틀을 뛰어넘으라면서요.'
'백지장이 뭐지'란 시의 일부다. 누가 쓴 시일까. 입시라는 높은 산을 넘어야 하는 어느 아이가 시험을 망치고 쓴 시일까. 매일매일 학교와 집을 오가야 하는 10대 청소년이 쓴 시 같다.
아이가 쓴 시가 아니다. 교직에 몸담았던 제주 양영길 시인이 썼다. 창비 청소년 시선으로 묶인 양영길 시집 '궁금 바이러스'엔 열여섯 살 아이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듯 청소년이 주체가 되는 시편이 하나둘 펼쳐진다.
교과서 시를 비트는 시를 써온 시인은 이번에 별생각 없어 보이는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그 아이들은 훈계나 조언을 늘어놓으려는 어른들에게 바보 같은 '질문짓'을 멈추지 않는다. 어른들 눈엔 쓸데없이 궁금한 것이 많은 놈이지만 그 아이들은 세상 모든 사물에 말을 걸 준비가 되어있는 멋진 놈이다.
수록된 작품은 60편이 넘는다. 아이들이 쏟아내는 말을 따옴표로 인용해 옮겨놓은 것처럼 보이는 시편엔 아이들의 언어가 그대로 살아난다.
''개구리 올챙이 적 모른다'가 맞지. 그치?/ 그런데 올챙이도 개구리를 알 리가 없잖아./ '올챙이 개구리 적 모른다'도 맞잖아. 그치?//사실 엄마 심정, 나 잘 이해 안 돼./ 말을 하지 않고 참았다가는 그냥 폭발할 것 같아서/ "그래서 어쩌라고?" 한마디 했더니/ 엄마 속을 긁는다고 버럭 했잖아./ 나 급실망해서 아무 대답도 못 했어.// 엄마가 이야기하는 거/다 억지 같고 강요 같았어.//엄마, 나 아직은 올챙인가 봐.' ('그래서 어쩌라고' 중)
시인은 "천천히 한두 편 읽다가 문득 자기만의 생각에 빠지게 하는 시, 읽다가 자기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기억을 더듬어보게 하는 시로 읽혔으면 하는 바람으로 엮었다"고 했다. 창비교육. 8500원.
'서술형 평가를 망쳤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의 뜻을 서술하는 문제였는데/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면 불가능한 일도 이룰 수 있다'고 썼는데/ 부분 점수도 인정해주지 않았다./ 이의 제기를 했다./ 틀린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찾아갔는데/ 공부한 게 아니라고 했다.// 그래도 틀린 건 아니잖아요. 배운 것에 갇혀 있는 것보다 낫잖아요?/ 공부한 것에 너무 갇히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이미 알려져 있는 생각의 틀, 상상의 틀을 뛰어넘으라면서요.'
아이가 쓴 시가 아니다. 교직에 몸담았던 제주 양영길 시인이 썼다. 창비 청소년 시선으로 묶인 양영길 시집 '궁금 바이러스'엔 열여섯 살 아이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듯 청소년이 주체가 되는 시편이 하나둘 펼쳐진다.
교과서 시를 비트는 시를 써온 시인은 이번에 별생각 없어 보이는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그 아이들은 훈계나 조언을 늘어놓으려는 어른들에게 바보 같은 '질문짓'을 멈추지 않는다. 어른들 눈엔 쓸데없이 궁금한 것이 많은 놈이지만 그 아이들은 세상 모든 사물에 말을 걸 준비가 되어있는 멋진 놈이다.
수록된 작품은 60편이 넘는다. 아이들이 쏟아내는 말을 따옴표로 인용해 옮겨놓은 것처럼 보이는 시편엔 아이들의 언어가 그대로 살아난다.
''개구리 올챙이 적 모른다'가 맞지. 그치?/ 그런데 올챙이도 개구리를 알 리가 없잖아./ '올챙이 개구리 적 모른다'도 맞잖아. 그치?//사실 엄마 심정, 나 잘 이해 안 돼./ 말을 하지 않고 참았다가는 그냥 폭발할 것 같아서/ "그래서 어쩌라고?" 한마디 했더니/ 엄마 속을 긁는다고 버럭 했잖아./ 나 급실망해서 아무 대답도 못 했어.// 엄마가 이야기하는 거/다 억지 같고 강요 같았어.//엄마, 나 아직은 올챙인가 봐.' ('그래서 어쩌라고' 중)
시인은 "천천히 한두 편 읽다가 문득 자기만의 생각에 빠지게 하는 시, 읽다가 자기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기억을 더듬어보게 하는 시로 읽혔으면 하는 바람으로 엮었다"고 했다. 창비교육. 85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