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지의 백록담] '이건희 컬렉션'전과 도립미술관 신소장품전
입력 : 2024. 04. 29(월) 00:00수정 : 2024. 05. 01(수) 14:27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한라일보] 소장품은 미술관의 정체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철학을 가장 잘 드러내는 요소로, 미술관 운영의 근간이 된다. 어떤 작품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는 미술관이 갖는 경쟁력 중 하나며, 위상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소장품은 미술관의 얼굴이자 미술관의 자체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작용"하며, "소장품의 특성과 질, 규모를 바탕으로 미술관의 위상과 성격이 규정"된다.(제주도립미술관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보고서(2013) 중)

10여 년 전 작성된 이 보고서는 당시 소장품 수집의 문제점으로 '예산 부족'을 꼽는다.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여전히 문화예술 홀대론이 지적된 올해 도내 7개 공립미술관의 소장품 구입비는 '0원'이다. 재정여건이 어려워진 영향이라고 한다.

도내 한 미술계 인사는 "재정 상황이 안좋아지면 미술관 예산에서 크게 깎을 수 있는 사업이 소장품 구입비"라고 했다. 그럼에도 '0원'은 제주미술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에 따르면 제주는 인구 백만 명당 미술관 수가 가장 많다. 하지만 1개관당 평균 소장 자료는 공·사립을 합쳐 325점(전국 평균 805점)으로 전국 하위권이다. 현재 기준 도내 공립미술관의 소장 자료는 제주도립미술관 980점, 제주현대미술관 618점, 김창열미술관 239점, 기당미술관 708점, 이중섭미술관 386점, 소암기념관 839점, 제주추사관 279점이다. 다양한 장르의 소장품은 차별화된 기획전으로 이어지고, 이는 관람객 유인요소가 된다. 미술관마다 저마다의 특색을 보여주고 정체성 강화를 위해 컬렉션을 보완·확보하는 이유기도 하다.

지금이 기회라는 일각의 시각도 있다. 소장품 구입비 '0원'을 기점으로 제주미술계에 산재해 있는 문제를 다시금 진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건물을 새로 지어야 할 정도로 포화상태인 수장고의 문제 해결을 비롯 균형잡힌 시각으로 보다 체계적이고 정교한 중장기 소장품 수집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술관이 다양한 의견을 들으며 소장품 수집 정책 재점검을 통해 내실을 채울 필요가 있다.

이 와중에 현재 제주도립미술관에선 두 개의 '컬렉션전'이 진행 중이다. 제주에서 3개월의 여정을 시작한 국립현대미술관의 아홉 번째 '이건희 컬렉션' 지역순회전인 이건희 컬렉션 한국 근현대미술 특별전 '시대유감(時代有感)'과 도립미술관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수집한 157개 작품 중 제주미술사를 토대로 제주미술의 흐름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을 공개하는 신소장품전 '가냥호곡 거념호곡'이다.

도립미술관에 따르면 공식 개막 첫날인 지난 23일 평일임에도 948명이 찾았고, 27일까지 5일간 3400여 명이 관람했다. 미술관은 보통 주말에 800~1000명 정도 관람하는 만큼 개막 첫 주에 대략 4300여명 정도가 다녀갈 것으로 전망(28일 오전 기준)하고 있다. 전시를 즐기며, 구입과 기증을 통해 축적되는 '미술관의 얼굴' 소장품의 가치와 수집, 공유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을 것이다. <오은지 교육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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