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홍식의 문연路에서] 바다 위에서 무너지는 생존의 벽
입력 : 2025. 10. 28(화) 01:00
편집부기자 hl@ihalla.com
제주 연근해 어종 급감
어업 경영비도 악화세

근본적인 구조개혁 필요

[한라일보] 제주 어선어업은 전례 없는 도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어민의 한숨이 깊어지고, 포구의 그물망은 점점 말라가고 있다.

첫째, 어획량 감소가 뼈아프다. 최근 5년간 어선어업 생산량은 2024년말 기준 총위판량은 4만8723t, 총위판금액은 4830억원으로 전년비 위판량은 11.2%, 위판금액은 6.9%로 대폭 감소해 생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더불어 해수온도 상승과 해류 변화로 인한 어장 이동, 불법조업 어선의 난립, 자원 남획 등으로 제주도 연근해 주요 어종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심각하다. 예전에는 나가면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받던 어장이 이제는 빈 그물로 돌아오는 일이 다반사다. 한때 황금어장이던 제주도 연근해가 '죽은 바다'로 변해가는 현실은 어업인들에게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둘째, 유가 급등과 인건비 상승으로 어업경영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면세유가 드럼당 20만원을 넘어서면서 출항 자체를 포기하는 어선이 늘고 있다. 특히 소형 어선의 경우 출어비가 조업 수익을 초과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조업할수록 손해'라는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셋째, 기후변화와 정책 공백 역시 위기를 심화시킨다. 해양 생태계 변화에 대응할 체계적인 어장관리와 자원회복 정책이 미흡하며, 정부 및 지자체 지원사업은 여전히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사후적인 피해 지원 형식에 머물러 있다. 최근 해양치유산업, 복합해양레저관광 등 새로운 산업 전환의 방향은 논의되지만, 정작 현장의 어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제 제주 어선어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단순한 지원확대를 넘어 근본적 구조개혁과 미래전환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연근해 자원 회복을 위한 과학적 어장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어종·어장 변화에 맞춰 어획 제도와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어획량 중심의 어업관리체계(TAC)를 모든 어선에 도입하고 불합리한 어업규제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다음으로 친환경·스마트 어선 도입을 지원하고, 디지털 어업 정보시스템을 통해 조업 효율을 높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청년어업인 유입을 위한 인센티브 제도와 귀어·창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제주도 어선어업의 지속가능성은 결국 '사람'에서 비롯된다.

제주도 어선어업의 위기는 단지 한 지역 산업의 침체가 아니라, 해양문화와 공동체의 붕괴를 의미한다. 지금이야말로 도정에서는 현장의 절규에 귀 기울이고, 새로운 바다의 비전을 제시해야 할 때다. 제주 바다가 다시 살아 숨 쉬려면, 어민이 떠나지 않는 섬, 바다를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섬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곧 제주가 지켜온 바다의 혼을 되살리는 길이다.

제주 어선어업의 회생은 단지 한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제주 정체성과 해양문화의 존속이 걸린 문제다. 지금이 바로 제주 바다를 지키기 위한 실천의 시간이다.

<양홍식 제주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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