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빈집에 깃든 기회, 제주의 새로운 문화관광 DNA
입력 : 2025. 10. 28(화) 01:00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한라일보] 제주특별자치도는 최근 방치된 빈집 1,160호를 대상으로 임대주택과 문화예술 공간 등으로 활용하는 빈집정비계획을 발표했다. 1·2등급은 활용하고 3등급은 철거하는 방식으로, 단순한 정비를 넘어 생활인구 회복과 문화자원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제주의 빈집을 이제 '사라질 공간'이 아니라 '다시 살릴 공간'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셈이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 인구는 5년 사이 1만5천여 명이 줄었고, 또한 전체 순유출 인구의 절반이 20대 청년층이다. '빈집이 늘어난다'는 말은 곧 '머물 이유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이제 빈집 증가는 단순한 주거문제가 아니라, 인구소멸의 신호탄이자 청년정책의 과제가 되었다. 이제 빈집 활용은 지역 발전, 청년 유입,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이어지는 지자체의 화두가 되었다.

20년 가까이 문화관광콘텐츠 관련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은, 사람이 떠난 자리는 다시 사람의 온기로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시 원도심과 한경, 한림, 애월 같은 구옥 밀집 지역의 빈집을 청년이 주축이 되어 기획하고 리모델링하여 북스테이, 작은 갤러리, 오름기행, 돌담살롱, 소규모 공연장, 레지던시, 제주글방, 바람의 서재, 낭독회 등 참여형 문화관광콘텐츠로 되살려야 한다. 이에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구옥 밀집지에 '빈집 예술살이'를 도입으로, 청년 운영자가 상주하며 숙박·창작·참여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마을 어르신은 해설사·도슨트로 참여한다. 이는 지속가능한 제주형 문화관광의 새로운 DNA가 될 수 있다. 둘째, 행정의 구조도 조금 달라져야 한다. 건설주택국의 빈집정비계획과 청년정책과의 창업지원, 문화·관광정책과의 문화체험관광 육성사업을 유기적으로 잇는 TF팀을 구성해 공공·민간 공동투자형 모델로 확장한다. 셋째, 운영 결과물(사진, 영상, 창작콘텐츠 등)을 아카이빙해 국내외 누구나 관람할 수 있게 하고, 관심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 신청할 수 있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건축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아니라 문화와 여행, 공간과 사람을 잇는 문화관광콘텐츠 기획력을 갖춘 민간단체와의 협업이다.

제주는 구전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와 바람, 돌담과 오름, 바당이라는 독보적 자산을 갖고 있다. 앞으로 남은 일은 그 공간을 이야기와 사람으로 채우는 일이다. 비어 있던 집이 당신의 온기로 가득 찰 때, 제주는 비로소 미래를 품는 공간으로 거듭 태어날 것이다. <정훈교 제주도 문화협력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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