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윤의 한라칼럼] 물러서거나 비켜서거나
입력 : 2025. 10. 28(화) 01:30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한라일보] LG와 한화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는 올가을 야구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가을야구는 프로야구 정규시즌 종료 후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들이 치르는 단기 시리즈다. 대개 10월에 시작해 같은 달 종료되지만 비 날씨 등으로 정규리그가 순연되면서 11월에야 막을 내리기도 한다. 올해가 그 경우다. 가을은 풍요와 여유, 쓸쓸함과 애잔함을 함께 품고 있다. 물러나야 할 사람들이 준비하는 시기라고도 할 수 있다. 1년을 마무리해 가는 시점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물러나는 게 아니라 비켜서는 것이라고 혹자들은 얘기한다. 물러나든 비켜서든 그 주체들이 알아서 판단하면 그만이다. 다만 때를 알고 스스로 명예롭게 물러서지 않는 작자들이 늘 눈에 밟힌다. 대다수가 정치인일 수 있다.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다. 인용하자면 스스로 물러날 때를 잘 알고 처신에 성공한 대표적 인물로 중국 전국시대의 지략가인 장량(張良)을 꼽는다. 장량은 한 고조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창업한 일등공신이다. 스스로 물러날 때를 알고 미련 없이 물러나 여생을 신선처럼 살았다고 전해진다. 오죽하면 명예롭게 퇴진한 이들이 칭송받을까. 예나 지금이나 과욕이 넘쳐나는 건 별반 다를 게 없다.

나이 들어 물러나야 하는 정년퇴직자들도 빼놓을 수 없다. 저출생·고령화 등으로 정년 연장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부지하세월이다. 은퇴 정년과 연금 수령 시점 사이에 소득 공백(크레바스)을 해소하는 문제와 더불어 청년층 일자리 잠식 및 임금체계 등을 이유로 논란만 심화하고 있다. 결정은 정치권의 몫이다. 현실은 '세월아 네월아'다. 국가가 국민들을 챙긴다고 하는데 챙김을 받는 그 국민들은 누구인가. 대통령, 국회의원, 시도지사, 지방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들은 정년이 없다. 결론적으로 챙기는 시늉만 하는 이들이 태반이다.

정년은 직장에서 물러나도록 정해져 있는 나이를 말한다. 연령 정년을 지칭한다. 군인과 같은 특수한 경우 계급정년, 근속 정년도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능력 위주의 정년을 논해야 하는 시기가 또다시 임박해오고 있다. 타의에 의해 퇴직해야 하는 이들도, 앞서 스스로 능력 부족에 의한 퇴직을 감행하는 '선거'가 예정돼 있다. 내년 6월 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다. 선거를 통한 정년은 '능력 정년'인 셈이다. 공천 과정에서 걸러질 것을 감안하면 본선에 앞서 퇴직자들이 속출할 것은 자명하다.

지방선거 시계는 빨라지고 있다.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먹고사는 문제, 즉 경제가 선거판도를 가를 것이라고. 선거가 끝나 결과가 나오는 221일 뒤의 일이다. 정권에 순풍인지, 역풍인지도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나 80~90대 부모와 20~30대 자식을 동시에 '이중 부양'해 온 1960년대에 태어난 '낀 세대'는 논의의 중심에만 있다가 빈손으로 물러나야 하는 신세가 될 뿐이다. 목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비켜서야 하는 기구한 운명이다. 그래도 쉽지 않았던 시절 열심히, 잘 살아왔다. "그대들 복삭 속앗수다." <조상윤 논설위원>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246 왼쪽숫자 입력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
오피니언 주요기사더보기

기사 목록

한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