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란의 문화광장] 2026년, 문화예술은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입력 : 2026. 01. 06(화) 01:00수정 : 2026. 01. 06(화) 10:24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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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새해가 되면 문화예술 현장에는 무엇을 새롭게 시도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가치를 남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러나 2026년을 시작하는 지금, 이 질문의 방향을 한 번쯤 바꿔볼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더 할 것인가가 아니라, 문화예술 분야에서 우리가'무엇을 지켜야 하는가'라는 물음이다.
그동안 문화정책은 성장과 확장을 중심으로 추진됐다. 더 많은 공연과 더 큰 축제, 더 높은 관객수가 성과의 기준이 됐고, 이러한 흐름은 문화의 저변을 넓히고 지역의 가능성을 알리는 데 일정 부분 이바지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차분히 되돌아볼 시점이다.
제주의 문화예술 역시 빠른 속도로 변화해 왔다. 국제적 이름을 내건 축제가 늘어나고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이어지며 겉으로 보기에 문화적 풍경은 한층 풍성해졌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촘촘해진 일정과 짧아진 준비 기간, 반복되는 형식 속에서 현장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문화가 지녀야 할 깊이와 밀도가 옅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러운 질문을 던지게 된다.
지역 문화의 힘은 속도나 규모가 아니라 지속성에서 나온다. 오랜 시간 한 공간을 지켜온 공연장, 지역에 뿌리내린 예술인, 그리고 반복적으로 공연장을 찾는 시민이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이어갈 때 비로소 문화는 도시의 자산이 된다. 제주가 지켜야 할 문화예술의 핵심 역시 이러한 연결에 있다.
공공 공연장의 가치는 프로그램의 수가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운영됐는가'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 무엇을 무대에 올렸는지보다 왜 이 공연을 선택했는지가 시민에게 설명될 수 있어야 하며, 그 선택이 지역의 흐름과 맞닿아 있어야 한다. 기준이 분명할수록 공연장은 신뢰를 얻는다.
문화예술은 짧은 시간 안에 결과를 내도록 재촉해서는 안 되는 분야다. 따라서 지역 문화정책은 예술인이 한 지역에 오래 머물며 꾸준히 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실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는 역할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켜야 할 것은 시민과 문화 사이의 관계다. 문화예술이 특별한 날에만 소비되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의 일부가 되기 위해서는 반복되는 경험과 지속될 것이라는 신뢰가 필요하다. 한 번의 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이 다시 문화예술을 찾게 되는 이유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
2026년의 문화예술은 더 커질 수도, 더 바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나 크기가 아니라 어떤 가치를 지키고 있는지를 되묻는 일이다. '무엇을 더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할 때, 제주의 문화예술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김미란 문화예술학 박사·공연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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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문화예술 역시 빠른 속도로 변화해 왔다. 국제적 이름을 내건 축제가 늘어나고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이어지며 겉으로 보기에 문화적 풍경은 한층 풍성해졌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촘촘해진 일정과 짧아진 준비 기간, 반복되는 형식 속에서 현장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문화가 지녀야 할 깊이와 밀도가 옅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러운 질문을 던지게 된다.
지역 문화의 힘은 속도나 규모가 아니라 지속성에서 나온다. 오랜 시간 한 공간을 지켜온 공연장, 지역에 뿌리내린 예술인, 그리고 반복적으로 공연장을 찾는 시민이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이어갈 때 비로소 문화는 도시의 자산이 된다. 제주가 지켜야 할 문화예술의 핵심 역시 이러한 연결에 있다.
공공 공연장의 가치는 프로그램의 수가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운영됐는가'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 무엇을 무대에 올렸는지보다 왜 이 공연을 선택했는지가 시민에게 설명될 수 있어야 하며, 그 선택이 지역의 흐름과 맞닿아 있어야 한다. 기준이 분명할수록 공연장은 신뢰를 얻는다.
문화예술은 짧은 시간 안에 결과를 내도록 재촉해서는 안 되는 분야다. 따라서 지역 문화정책은 예술인이 한 지역에 오래 머물며 꾸준히 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실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는 역할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켜야 할 것은 시민과 문화 사이의 관계다. 문화예술이 특별한 날에만 소비되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의 일부가 되기 위해서는 반복되는 경험과 지속될 것이라는 신뢰가 필요하다. 한 번의 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이 다시 문화예술을 찾게 되는 이유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
2026년의 문화예술은 더 커질 수도, 더 바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나 크기가 아니라 어떤 가치를 지키고 있는지를 되묻는 일이다. '무엇을 더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할 때, 제주의 문화예술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김미란 문화예술학 박사·공연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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