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훈의 한라시론] 두보를 읽으며 유시민을 생각하다
입력 : 2026. 07. 09(목) 01:00
김양훈 hl@ihalla.com
[한라일보] 당나라 시인 두보는 시성(詩聖)으로 불린다. 그러나 그는 한평생 곤궁하게 살았다. 마흔을 넘어 지방의 말단 관리에 오르기까지 그와 가족은 거지 신세나 다름없었다. 아침에는 장안의 부잣집 문을 두드리고, 저녁에는 귀한 집 자제들이 타고 다니는 말의 먼지를 털어주며 그들이 남긴 술과 식은 고기를 얻어먹는 생활을 10년 넘게 했다. 두보는 자신이 겪었던 삶의 질곡과 민초들의 아픔을 작품 속에 그려 넣었다.

'붉은 대문 안에는 술과 고기 냄새 진동하는데, 길가에는 얼어 죽은 이의 뼈가 뒹굴고 있구나' 이 구절은 그의 장시 '장안으로부터 봉선현에 가며 회포를 읊다'에 나오는데, '우위솔부주조참군'이라는 말직을 겨우 얻어 가족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는 길에 지었다. 현종과 양귀비는 여산에서 온천을 즐기며 호화로운 잔치를 벌이고, 권력가들의 집에는 고기와 술이 넘쳐나 썩어가는데 길거리에는 굶은 백성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두보의 충(忠)은 황제 개인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이 아니었다. 그는 백성의 안위가 곧 국가의 번영이라는 초기 유가의 민본정신에 입각해서, 황제가 잘못된 길을 갈 때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러한 '비판적 충성'은 당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사대부의 태도였다. 오랜 기간 궁색하고 구차한 유랑생활을 통해 두보는 현실을 꿰뚫어 보는 안목과 부당한 권력을 비판할 수 있는 사고를 키웠다. 엄혹한 전란의 참상을 직접 겪으며 기록한 시, 즉 두보의 시사(詩史)는 사상적인 면에서 진보적이었다. 하지만 부당한 세상을 바꾸려는 그의 포부는 오히려 조롱거리가 되고, 집권자들에게 냉대를 받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

중국 허베이대학(河北大學)의 한성무(韓成武) 교수가 펴낸 '두보평전'은 두보가 남긴 시를 취합해서 그의 일대기를 재구성한 것이다. 이 평전을 읽노라니 유시민 작가가 떠올랐다. '현실과의 불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는 두보와 유시민이 가진 작가 정신이다. 고결한 도덕성과 민중에 대한 애정 때문에 두보는 평생 대륙을 떠돌다 외로운 죽음을 맞았다. 유시민 작가는 자신의 소신과 비판적 목소리 탓에 학생 시절 투옥은 물론 이후 정치적 부침과 대중적 논란의 중심에 서곤 했다. 두 사람 모두 '편안한 침묵'보다는 '고통스러운 발언'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시대를 관통하는 진보적 지식인의 전형을 보여준다.

천하를 근심하던 두보는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벼슬자리를 탐내지 않았다. 그가 후폭풍을 각오하고 직언을 했던 이유는 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고자 함이었다. 최근 유시민 작가가 던진 논란의 화두는 필자에게는 두보의 고민과 겹쳐 보인다. 그가 이재명 대통령의 통합 행보를 두고 '핵심 지지층을 허무는 재건축'이라 비판하고, 검찰의 보완수사권에 관해 타협 없는 폐지를 요구한 바탕에는 두보의 우환의식(憂患意識)을 엿볼 수 있다. 민주진영 내부에 나타난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진단 또한 나라의 운명을 염려하는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양훈 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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