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을의 눈물
입력 : 2014. 12. 04(목) 00:00
"회사가 잘 되면 저희도 잘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해고됐습니다." 지난달 13일 개봉한 영화 '카트' 속 대사다. 외화가 강세인 올 연말 극장가에서 이 영화의 등장은 주목할 만하다. 흥행 면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한국 상업영화 최초로 비정규직 문제를 다뤄 시선을 붙든다.

영화 속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대형마트의 부당해고에 맞서 '함께 살자'고 외친다. 이들의 아우성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에 불을 댕겼고, 개봉 초기 정치권에서도 '카트 관람 열풍'이 불었다. 여야 할 것 없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함께 살자는 목소리는 안방극장에서도 거세다. 드라마 '미생' 얘기다. 인턴 생활을 마치고도 2년 계약직이 된 주인공 '장그래'는 계약직 신입사원의 현실적인 삶을 그려낸다. 정규직이든 계약직이든 계속 일하고 싶다는 그의 외침에 평범한 직장인들이 반응했고, 케이블 채널 드라마로서는 이례적으로 5% 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카트'와 '미생'의 열풍은 어쩐지 씁쓸하게 다가온다. 우리사회의 내재된 불안과 맞닿아있는 듯해서다. 최근 온라인 취업포탈 사람인이 비정규직 근무 경험이 있는 직장인 14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9명이 비정규직 신분으로 인해 고용 불안 등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올해 기준 607만명의 비정규직 근로자의 속앓이가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때마침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카드를 꺼내들었다. 비정규직 고용 안정을 위해 정규직 과보호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정규직이 임금 상승과 복지 혜택을 내려놓아야 비정규직이 산다는 논리인데, 자칫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만드는 노동시장 전반의 하향평준화로 귀결될까 우려스럽다. 사회 전반에 고용 불안을 야기하는 방법으로는 결코 을의 눈물을 닦아줄 수 없다. <김지은 뉴미디어뉴스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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