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149] 3부 오름-(108)수악과 시오름
입력 : 2025. 11. 04(화) 03:00수정 : 2025. 11. 04(화) 09:06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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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악과 시오름은 같은 말, 한자라고 다 뜻글자는 아니

고전, 발견, 재발견, 재해석돼야
[한라일보] 수악은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에 있다. 수악교 다리에서 남쪽으로 보인다. 표고 474.3m, 자체 높이 149m 정도다. 지형도에서 이 오름은 동쪽으로 열린 커다란 화구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화구륜이 뚜렷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볼 때 남쪽에 솟은 높은 봉우리가 유별나다. 일반적으로 수악이란 이 봉우리를 지시한다. 제주도가 발행한 제주의 오름이라는 책에서조차 말굽형 오름이 아니라 원추형 오름으로 분류해 놓았다. 원추형 오름이란 화구가 없이 솟아오른 봉우리를 말한다.
이 오름의 지명은 1872년 제주삼읍전도와 정의군지도 등에는 무수악(無水岳)으로 나오지만 이후 기록에는 수악(水岳)으로 표기했다. 1965년 제주도라는 책에는 물오름과 수악(水岳)으로 기록했다. 오늘날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에는 수악이라 표기했다. 지역에서는 흔히 물오름이라 한다. 
이 오름을 표기한 최초의 책은 1872년의 제주삼읍전도와 정의군지도인 것 같다. 사실 고전에서 오늘날의 서귀포 일대 지리에 대해서는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전도적으로도 마찬가지지만 지도를 제작하거나 지지를 발행할 때 현장을 조사해서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한 예는 상당히 드물다. 선행한 문헌을 베끼거나 참조해 써넣은 것이 대부분이다. 어떤 경우는 그것도 아닌 그저 이야기를 듣고 적어놓은 것들도 상당수일 것이다. 그 이야기조차도 들은 것을 다시 들은, 2차 3차 건너 들은 것들도 다수 있다.
그러므로 고전의 기록이라고 해서 절대적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 더욱 유념해야 할 부분은 오늘날 인용하고 있는 고전들이 다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직 발견되지 않았거나 발견되었어도 해석이 잘못된 상태로 인용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런 책들은 앞으로 발견, 재발견, 재해석의 여지가 있다. 어쩌면 결정적일 수 있는 자료임에도 영원히 발견되지 않을 수도 있다.
‘수(水)’는 봉우리, 물이 아니다
무수악(無水岳)이라는 지명은 2차로 파생된 지명일 것이다. 이 지명을 '물어신오름'이라고 풀이한 학자가 있다. '물이신오름(동수악)'의 대비지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오름은 원래 '수오름'이었을 것이다. 제주도에서 문자 생활을 한 것이 언제부터인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적어도 이 시기엔 한자가 들어왔었을 것이라는 정황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불교의 전래 같은 사실이다. 불교는 경전을 동반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불교가 제주도에 들어온 시기는 백제 위덕왕(재위 서기 553~597년) 때다. 이 시기 이전에는 문자가 없었다고 추정할 수 있으며, 그것은 무수악(無水岳) 같은 한자식 지명은 생겨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런 지명은 2차로 파생된 지명의 예인데, 이런 지명의 해독은 원래의 지명을 어떻게 되살리느냐가 중요하다. 이런 지명을 원천지명이라고 한다. 원천지명의 해독이야말로 지명해독의 핵심이다.
무수악(無水岳)은 수악(水岳)이라는 지명에 '없을 무(無)'가 붙은 것이다. 이것은 '수'가 '물'을 지시하고 있을 것이란 확신 때문에 생겨난 일종의 착오다. 고대인은 이 오름을 가리켜 '수오름'이라고 했을 뿐이고, 그걸 받아적은 사람은 '수(水)'라는 한자를 동원해 적었을 뿐이다. 이런 방식을 훈가자 차자방식이라 한다. 문제는 이걸 읽는 사람이 이 한자는 '물 수(水)' 자므로 '물오름'이라 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러다가 아무리 찾아봐도 물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자 '물어신오름'이라는 기상천외의 해석을 내놓는 것이다. 마치 '미오름'이라고 했을 뿐인데, 훈가자 방식으로 '미악(米岳)'으로 적었더니 '쌀오름'으로 읽는 것과 같은 이치다.
'수오름'이란 봉우리라는 뜻이다. 고대인들은 오늘날처럼 오름의 지명을 명확하게 고유명사로 쓴 게 아니다. 봉우리면 그냥 봉우리다. 그러므로 봉우리는 여러 개다. 가까이에 시오름이 있다.
시오름, 봉우리의 뜻
서귀포시 서홍동 산1번지 표고 757.8m, 자체 높이 118m인 오름이다. 서귀포 치유의 숲 내다. 분화구 형태가 분명하지 않아 그랬는지 제주도가 발간한 제주의 오름에는 위의 수악처럼 원추형 오름으로 분류했다. 즉, 시오름이란 이 화산체의 외륜에 가장 높은 북서쪽에 솟은 봉우리를 지시하고 있다.
이 '시오름'의 '시' 역시 봉우리를 말한다. 이 오름에 대해서 1709년 탐라지도에 수악(藪岳)이라 표기한 것을 시작으로 웅악(雄岳), 숫오름 등으로 표기했다. 수악(藪岳)의 '수(藪)'는 '숲 수'자이다. 그러므로 이 지명 역시 '수오름'을 나타내고자 했다. '웅악(雄岳)'의 '웅(雄)' 역시 '수 웅'자이므로 웅악(雄岳)이란 '수오름'에서 출발한다.
이 서홍동의 시오름과 하례리의 수오름은 같은 뜻으로서 봉우리를 나타낸다. 달랑쉬(다랑쉬)오름의 지명에 쉬, 시(時), 수(秀), 수(岫), 수(峀), 걸세오름 지명에 세, 쉐, 시, 서(西), 서(瑞), 시(時), 시(豕) 등이 나타난다. 다양하게 분화했다. 모두 '수리' 즉, 봉우리의 뜻이다. 고구려어 기원이다. 본 기획을 참조하실 수 있다.
이 오름의 지명에 대해서 분화구가 없는 오름이어서 수오름, 숫오름, 수컷오름이라 하다가 시오름이로 변한 것이라느니, 숲을 이루고 있는 오름이라는데 쉬오름, 수오름, 숫오름이라 하다가 한자표기로 웅악(雄岳면)으로까지 잘못 표기한 것이라는 식의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수오름의 '수' 자체가 봉우리를 지시하는 지명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데서 오는 오류다. 물오름은 '수악(水岳)'의 오독이다. 원래 지명은 '수오름'이다. '시오름' 역시 '수오름'과 같은 기원이다. 둘 다 봉우리를 지시한다. 고구려어 기원이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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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수악은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에 있다. 수악교 다리에서 남쪽으로 보인다. 표고 474.3m, 자체 높이 149m 정도다. 지형도에서 이 오름은 동쪽으로 열린 커다란 화구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화구륜이 뚜렷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볼 때 남쪽에 솟은 높은 봉우리가 유별나다. 일반적으로 수악이란 이 봉우리를 지시한다. 제주도가 발행한 제주의 오름이라는 책에서조차 말굽형 오름이 아니라 원추형 오름으로 분류해 놓았다. 원추형 오름이란 화구가 없이 솟아오른 봉우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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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악, 남쪽에 솟은 높은 봉우리가 유별나다. 헬기촬영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진 | 
그러므로 고전의 기록이라고 해서 절대적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 더욱 유념해야 할 부분은 오늘날 인용하고 있는 고전들이 다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직 발견되지 않았거나 발견되었어도 해석이 잘못된 상태로 인용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런 책들은 앞으로 발견, 재발견, 재해석의 여지가 있다. 어쩌면 결정적일 수 있는 자료임에도 영원히 발견되지 않을 수도 있다.
‘수(水)’는 봉우리, 물이 아니다
무수악(無水岳)이라는 지명은 2차로 파생된 지명일 것이다. 이 지명을 '물어신오름'이라고 풀이한 학자가 있다. '물이신오름(동수악)'의 대비지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오름은 원래 '수오름'이었을 것이다. 제주도에서 문자 생활을 한 것이 언제부터인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적어도 이 시기엔 한자가 들어왔었을 것이라는 정황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불교의 전래 같은 사실이다. 불교는 경전을 동반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불교가 제주도에 들어온 시기는 백제 위덕왕(재위 서기 553~597년) 때다. 이 시기 이전에는 문자가 없었다고 추정할 수 있으며, 그것은 무수악(無水岳) 같은 한자식 지명은 생겨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런 지명은 2차로 파생된 지명의 예인데, 이런 지명의 해독은 원래의 지명을 어떻게 되살리느냐가 중요하다. 이런 지명을 원천지명이라고 한다. 원천지명의 해독이야말로 지명해독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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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오름, 분화구 형태가 분명하지 않은 원추형 오름이다. 하논에서 촬영. 사진 김찬수 | 
'수오름'이란 봉우리라는 뜻이다. 고대인들은 오늘날처럼 오름의 지명을 명확하게 고유명사로 쓴 게 아니다. 봉우리면 그냥 봉우리다. 그러므로 봉우리는 여러 개다. 가까이에 시오름이 있다.
시오름, 봉우리의 뜻
서귀포시 서홍동 산1번지 표고 757.8m, 자체 높이 118m인 오름이다. 서귀포 치유의 숲 내다. 분화구 형태가 분명하지 않아 그랬는지 제주도가 발간한 제주의 오름에는 위의 수악처럼 원추형 오름으로 분류했다. 즉, 시오름이란 이 화산체의 외륜에 가장 높은 북서쪽에 솟은 봉우리를 지시하고 있다.
이 '시오름'의 '시' 역시 봉우리를 말한다. 이 오름에 대해서 1709년 탐라지도에 수악(藪岳)이라 표기한 것을 시작으로 웅악(雄岳), 숫오름 등으로 표기했다. 수악(藪岳)의 '수(藪)'는 '숲 수'자이다. 그러므로 이 지명 역시 '수오름'을 나타내고자 했다. '웅악(雄岳)'의 '웅(雄)' 역시 '수 웅'자이므로 웅악(雄岳)이란 '수오름'에서 출발한다.
이 서홍동의 시오름과 하례리의 수오름은 같은 뜻으로서 봉우리를 나타낸다. 달랑쉬(다랑쉬)오름의 지명에 쉬, 시(時), 수(秀), 수(岫), 수(峀), 걸세오름 지명에 세, 쉐, 시, 서(西), 서(瑞), 시(時), 시(豕) 등이 나타난다. 다양하게 분화했다. 모두 '수리' 즉, 봉우리의 뜻이다. 고구려어 기원이다. 본 기획을 참조하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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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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