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의 월요논단] 제주 미술의 시대적 과제
입력 : 2026. 05. 04(월) 01:00
김영호 hl@ihalla.com
[한라일보] 2026년 봄, 제주 미술계는 '제주 4·3의 예술적 승화'와 '제주비엔날레를 통한 세계화' 그리고 '원도심 재생과 예술'이라는 세 개의 축을 중심으로 왕성히 개화하고 있다. 제5회 제주비엔날레의 개막 준비와 함께 4·3 미술제의 실험적 시도들이 맞물리며, 제주 미술은 섬이라는 지리적 경계를 넘어 세계적 보편성을 향한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제주 미술이 마주한 세 가지 핵심 현안을 직시해야 한다.

먼저 짚어야 할 과제는 4·3 미술의 아카이브 및 세계화다. 그동안 4·3 미술은 비극적 역사를 증언하고 기억을 복원하는 데 주력해 왔다. 이제 증언과 기록의 단계를 넘어, 4·3이 내포한 '저항과 평화'라는 가치를 보편적 예술 언어로 승화시켜야 할 때다.

2026년 4·3 미술제가 내건 '파(波)의 질감'은 제주의 아픔을 동시대 인류가 직면한 전쟁, 난민, 기후 위기와 연결하는 확장적 시각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4·3 미술의 서사를 체계적으로 아카이브화 하고 이를 국제적 전시기획과 결합할 때 제주 미술은 세계인이 공감하는 '치유와 연대의 미학'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둘째로, 제주비엔날레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성찰이 시급하다. 어느덧 5회를 맞이한 제주비엔날레가 제주의 문화적 지형을 바꾸는 상설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비엔날레를 통해 축적된 네트워크와 담론이 지역 작가들에게 환원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비엔날레의 결과물이 지역 미술계의 자산으로 남고, 국내외 큐레이터들이 제주 미술의 역동성을 상시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궁극적으로 비엔날레를 위한 전담 조직 구축이 비엔날레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적인 과제임을 인정하고 추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점은 원도심 재생과 예술의 상호작용이다. '예술공간 이아'나 '산지천 갤러리' 등 원도심의 유휴 공간을 활용한 전시들은 이미 제주 지역 공동체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이제 공간의 물리적 재생보다 '관계의 재생'이라는 측면으로 초점을 전환해야 한다. 예술이 지역 주민의 삶 속에 스며들어 새로운 공동체의 서사를 만들기 위해서 운영 조직과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예술가들이 원도심의 골목에서 영감을 얻고, 주민들이 그 예술적 실천에 참여하며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재생 사업이 될 때 예술은 도시 재생의 적절한 도구가 될 것이다.

제주미술의 지속가능을 위한 핵심 컨셉은 '제주 미술의 자생력'이다. 4·3의 정신을 보편화하고, 비엔날레를 전담 조직으로 플랫폼화하며, 원도심을 예술로 살려내는 일은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2026년 봄, 우리가 마주하는 이 세 예술 축이 제주 미술을 성장시키는 힘 있는 파동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김영호 중앙대 명예교수·미술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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