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꾼 제주 응급의료 지형… “골든타임 확보 기여”
입력 : 2026. 08. 03(월) 02:00
양유리 기자 glassy38@ihalla.com
제주형 AI 기반 중증심혈관 응급 협력 심포지엄
지난달 31일 개최된 '제주형 AI 기반 중증심혈관 응급환자 이송·전원 및 진료협력 심포지엄'. 양유리기자
ECG버디, 진단 시간 단축하고 정확도 높여
제주소방, 전 구급대에 12유도 심전도 적용
AI 도입으로 심전도측정·의료지도 크게 늘어




[한라일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심전도 분석 기술이 응급의료 현장에서 중증 심혈관 질환자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진료 효율성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1일 제주대학교병원과 제주소방안전본부, 서귀포의료원, 주식회사 알피가 주최한 '제주형 AI 기반 중증심혈관 응급환자 이송·전원 및 진료협력 심포지엄'에서는 AI 심전도 검사가 심혈관 질환자의 병원 전 단계부터 이송 후 진단 정확도 향상 등에서 보인 다각적인 성과와 발전 방안이 발표됐다.



▶김중희 교수 "AI 심전도 기술, 활용 범위 넓혀가"=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김중희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이자 (주)알피 대표는 '응급진료를 위한 심전도 인공지능 기술'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중희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주)알피 대표. 양유리기자
김 교수는 "심전도는 저렴하고 신속하게 시행할 수 있어 응급의료에서 매우 유용하다"면서도 "다만 패턴이 복잡하고 정량화 및 임상적 해석이 어려워 실제 활용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알피가 개발한 AI 심전도 분석 앱 'ECG 버디(ECG Buddy)'는 스마트폰 카메라 촬영을 통한 심전도 분석 기능과 전자의무기록(EMR) 연동을 통해 심전도를 보다 직관적이고 신속하게 해석한다.

ECG 버디는 11가지 심장 리듬 분류와 10가지 바이오마커(생체 지표) 분석 기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응급실이나 구급 현장에서 놓치기 쉬운 비전형적 심근경색(STEMI Equivalents)이나 고칼륨혈증, 심부전, 우심실 기능장애, 심낭 삼출 등을 정밀하게 감지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실제로 임상 현장에 AI 심전도 트리아지(중증도 분류) 프로토콜(진료 지침)을 적용한 결과, 응급실 내원 환자의 관상동맥 응급처치 시간이 8분 단축됐으며 시술 지연 케이스는 9분의 1 수준으로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칼륨혈증이나 폐부종 등 주요 응급 질환 처치 시간도 기존 대비 40~50분 이상 줄었다.

김 교수는 "AI 심전도 기술은 응급진료뿐만 아니라 수술 전 위험도 평가를 통한 불필요한 검사 단축, 건강검진을 통한 비후성 심근병증 등 돌연사 고위험군 선별 등 예방 의료 영역으로도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남 소방경 "의료기관 참여 확대 과제"=이어서 김태남 제주소방안전본부 구조구급과 소방경은 '제주형 AI 기반 12유도 심전도 분석 시스템 도입 및 운영 성과'를 발표했다.

김태남 제주소방안전본부 구조구급과 소방경. 양유리기자
김 소방경은 도내 119구급 현장에서 시행되고 있는 12유도 심전도의 도입 및 확대 과정, 향후 과제 등을 제시했다.

제주는 2024년 기준 심장질환 사망률이 전국 최상위권 수준으로, 심혈관 대응에 있어 골든타임 확보가 절실한 지역이었다.

하지만 기존 7단계에 달하는 12유도 심전도 방식은 판독 및 이송지연 등의 문제를 야기했다. 또 12유도 심전도를 시행하는 구급대원들은 소요시간·판독 결과에 대한 책임 등을 이유로 큰 심리적 부담감을 떠안아야 했다.

이에 제주소방본부는 중증심혈관 질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키고, 구급대원들의 부담감을 낮추고자 2024년부터 AI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난해 시범 운영을 거쳐, 올해 3월부터 도내 전 32개 119구급대로 전면 확대됐다.

이에 따라 구급 현장의 이송 과정도 기존 7단계에서 AI 자동 분석 기반의 4단계로 간소화됐다. 심전도를 측정하고 그 결과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한 뒤, 분석값을 전송해 곧바로 의료진의 판독을 받는 식이다.

제주소방이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간 추진 성과를 분석한 결과, 구급현장 12유도 심전도 시행률은 전년 동기 대비 22.9%p 상승한 89.7%를 기록했고, 병원 결과 전송률은 98.5%로 전국 1위를 달성했다. 심근경색 의심 환자의 관상동맥중재술(PCI) 가능 병원 이송률은 96.0%로, 환자 접촉 후 병원 도착까지 소요 시간은 28.3분을 기록했다.

AI 기반 12유도 심전도 시행을 통해 도출된 과제로는 ▷구급활동일지 또는 관련 시스템 자동 연계 ▷환자 정보 입력 절차 간소화 ▷도내 6개 전체 의료기관 참여 확대 ▷119스마트시스템 자동 연계 등이 꼽혔다.



▶송성욱 센터장 "지역 응급의료체계 맞게 적용돼야"=마지막으로 송성욱 제주대병원 응급의료센터장은 'AI 심전도가 지역의 진료 협력이 되기까지'를 주제로 발표했다.

송성욱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장. 양유리기자
2025년 제주소방서 119구급대의 심혈관 의심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AI 심전도 분석 도구를 활용한 그룹은 비시행 그룹에 비해 현장 처치의 적극성이 대폭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AI 도입 이후 12유도 심전도 측정 비율은 28.3%p, 의료 지도 실시율은 38.2%p 증가했다. 또 정맥로 확보(+11.5%p), 니트로글리세린 투약(+8.4%p), 산소 치료(+6.6%p) 등 현장 응급처치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다. 재이송 건수 또한 비시행군(13건) 대비 시행군(1건)에서 현저히 낮았다.

송 센터장은 "도내 전 119구급대에 ECG 버디를 확대하기 전부터 구급대원들이 자발적으로 이를 활용한 심전도를 실시해 왔다"며 "보다 정밀한 검증 과정을 거쳐 AI 기반 심전도가 각 지역이 가진 응급의료 체계의 특성에 맞게 적용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31일 개최된 '제주형 AI 기반 중증심혈관 응급환자 이송·전원 및 진료협력 심포지엄' 전경. 양유리기자
그러면서 향후 과제로 ▷심전도 분석 결과 전송 데이터 품질 향상 ▷현장처치 수준에 맞는 환자 분류화 ▷12유도 심전도 시행 및 전송률 자료 수집 및 분석 플랫폼 개발 등을 제언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특강과 종합토론도 함께 진행됐다. 특강에서는 주윤하 제주대 의과대학 의공학교실 학술연구교수의 '응급의료 장비 개발 및 적용 사례', 팽한솔 (주)하해호 대표이사의 '응급의료 AI와 서비스 경험 디자인', Dr. Jot Jimin Keat 졸메디컬 시니어 매니저의 '디지털 기술과 임상 데이터로 연결하는 응급의료' 강의가 마련됐다. 종합토론은 양영수 제주도의원이 좌장을 맡았고, 김중희 교수, 김태남 소방경, 송성욱 센터장, 홍기정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홍원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외상필수의료관리팀장, 안성희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정책과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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