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우의 한라칼럼] 눈앞에 다가온 AI(인공지능)
입력 : 2025. 12. 16(화) 02:30수정 : 2025. 12. 16(화) 06:29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한라일보] 지금 우리는 아주 낯선 문 앞에 서 있다. 그 위에는 'AI(인공지능) 시대'라고 적혀 있다. 아직은 우리 삶과 조금 떨어진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현실을 들여다보면 AI는 이미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집안에서 돌아다니는 로봇청소기와 누구나 갖고 다니는 스마트폰은 물론, 은행·농업·의료·관광·행정까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 뿐 생활 속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인류가 수만년 동안 공동체를 통해 축적해 온 지식과 판단까지 담아내기 시작한 이 기술이 제주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물음은 자연스럽다.

지금 제주의 현실을 보면 답이 보인다. 기후 위기로 예측이 어려워진 폭우, 농업·어업·축산의 불확실성, 고령화로 인한 돌봄 부담, 관광객 증가로 복잡해진 도시, 인구 감소와 청년 이탈, 그리고 풍력·태양광 전력이 남아도는데도 버려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이러한 문제들은 겉으로는 흩어져 있지만 동시에 제주를 압박하고 있다.

기후 변화는 농업과 축산의 생산성을 흔들고 농가 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소득이 줄면 청년의 정착 의지는 약해지고 고령화는 가속된다. 고령화는 돌봄 부담을 키우며 지역경제의 활력을 약화시킨다. 관광객은 늘지만 정작 일할 청년은 줄어든다. 관광 산업이 규모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은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고, 단기·저임금 노동에 의존하면서 청년들이 머물 이유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 기반이 약해지면 전력을 사용할 곳도 사라진다. 그 결과 지금 제주는 바람과 햇빛으로 전력을 충분히 생산하고 있음에도 이를 쓰지 못하고 버려야 하는 전력 출력제한 문제가 더 심화될 우려에 놓여있다.

결국 제주의 문제는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다. 기후·경제·인구·산업·에너지가 얽힌 하나의 몸이다. 이를 드러내는 것이 데이터다. 제주 곳곳에서는 강수량과 수온, 작물 생육, 관광객 이동, 발전량 등 수많은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 이 데이터들은 기후 변화가 농업·바다·관광·도시·전력을 동시에 흔드는 패턴을 보여준다.

그러나 문제는 이 방대한 데이터가 행정의 칸막이 속에서 따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의 위기를 말하면서도 부서별 사업과 단기 성과에 머무른다면, 정책은 늘 문제의 뒤를 쫓을 수밖에 없다. 이제 도정은 개별 사업보다 구조를 먼저 보고, 데이터부터 연결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AI가 필요해진다. AI는 흩어진 데이터를 하나로 묶어 흐름을 읽고 미래를 예측한다. 그렇다면 제주는 섬 밖의 거대한 데이터센터에 의존해야 할까. 기후·농업·전력처럼 즉각적 대응이 필요한 현장에서 먼 곳을 거치는 구조는 한계가 분명하다. 따라서 제주에는 본토의 대형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권역별로 분산돼 현장의 변화를 즉시 처리할 수 있는 작은 두뇌가 필요하다.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복잡해진 제주를 이해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새로운 동반자로서의 AI다. <송창우 제주와미래연구원장·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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