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개발 20년, 그 현장에 서다](7)무분별한 하천정비
입력 : 2011. 07. 20(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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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하천보다 더 뛰어난 인공의 수해방지책은 없다

▲무분별한 하천개발이 인재(人災)의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 왼쪽은 하천정비사업구간. 뒤에 보이는 자연하천 구간과 비교해 보면 양쪽의 울창한 난대림이 석조제방으로 바뀌었고 바닥은 모두 깨져서 물이 전혀 없다.
물 저장능력·곡선형 하천 유속감속 등 무시
배수형 근시안적 정비로 '인재' 야기 우려도
생태보존 위한 수해방지종합계획 수립 필요
"나는 마르지 않았다, 나는 생명의 젖줄이다!" 2011년 제주의 하천이 우리에게 부르짖는 말이다. 제주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는 하천이 파괴되고 있다. 우리는 제주의 하천 대부분이 비가 많이 올 때만 흐르는 건천(乾川:말라있는 하천)이라고 배웠다. 그래서 그곳은 평상시 바윗돌만 있고 비올 때 빗물을 바다로만 흘려 보내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배수기능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 거대한 하수구로 만든 하천에서 제주하천의 진정한 역할이 무엇이었는지를 배우게 된다.
1. 제주하천은 생명의 젖줄이다
제주하천을 따라 걷다 보면 진기한 모습들을 만난다. 백로, 왜가리, 원앙 같은 커다란 새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새들이 산다는 것은 이들이 먹이로 하는 양서류·파충류가 많다는 것이고 또 이들이 먹이로 하는 곤충과 곤충이 먹이로 하는 다양한 식물이 있다는 것이다. 생태계가 건강히 숨쉬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면 어떻게 말라있는 돌바닥에서 생명들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인가? 자연하천의 곳곳에는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마르지 않는 웅덩이와 연못들이 줄을 이어 있다. 제주의 땅은 빗물이 땅으로 잘 스미는 이른바 '투수성 지질'이다. 그래서 대부분 하천이 비가 오지 않을 경우 다른 지역의 하천과 달리 물이 없다.
그러면 어떻게 물이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것일까? 비밀의 해답은 두 가지다. 하나는 '복류(伏流)와 용천(涌泉)'이다. 하천을 따라 흐르던 물은 하천바닥의 틈으로 스미어 대부분 땅 깊숙이 스며들지만 일부는 하천의 지하를 따라 흐르다가 다시 솟아 오른다. 하천 바닥에서 군데군데 스며 나오는 물을 볼 수 있는데, 이 물이 모여 연못과 물웅덩이를 이룬다. 또 한가지 이유는 하천 양 옆을 가득 메운 난대림이다. 비가 많이 오면 하천의 양 옆의 수림까지 차올라 난대림을 흠뻑 적신다. 난대림은 물을 저장했다가 조금씩 하천으로 되돌려 보낸다. 그래서 제주의 하천은 항상 물이 마르지 않는다. 이 물에 의지해서 수많은 생명들이 삶의 터전으로 하천을 선택하고 있다.
2. 하천정비사업이 하천을 죽인다
2004년 제주동부지역의 수해로 인해 '수해방지종합기본계획'을 수립하였다. 2007년 태풍 '나리'의 내습으로 인해 제주는 3000억원이 넘는 수해를 입었다. 하천정비사업은 수해를 막고자 시작되었다. 2004년 4월부터 1년간 8억8000만원을 들여 수해방지 용역을 벌였다. 이를 통해 시작된 것이 하천정비사업이다.
하천정비사업의 주된 목적은 하천이 범람하지 않게 바다로 빨리 흘려 보내는 것이다. 범람에 대한 대책으로는 하천 제방을 높게 쌓는 것이었다. 시멘트와 돌로 거대한 성곽처럼 하천 변을 둘렀다. 그 다음은 하천 바닥을 평평하게 하기 위해서 자연하천의 거대한 바위들을 깨서 평평하게 만들었다. 마치 도시의 거대한 하수구를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하천 옆에 제방을 만들기 위해서 자연하천의 난대림은 깨끗이(?) 제거되었다. 그리고 하천 바닥의 거대한 바위들 사이의 물웅덩이도 사라지고 용암 암반이 모두 깨어지면서 용암이 덮기 전의 진흙 바닥이 드러난 곳도 있다. 생명의 원천인 물이 이로 인해 사라진 것이다. 보금자리를 이루었던 난대림도 더불어 사라졌다.
3. 하천정비사업으로 수해가 줄었을까?
하천정비사업은 지극히 근시안적이다. 수해를 입은 지역의 하천을 중심으로 배수구 형태의 하천으로 바꾸었다. 당장 그 지역은 피해가 줄었다. 하지만 특정지역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수해와 전혀 상관없는 지역까지 모조리 하천을 파괴해야 했다. 하천정비사업으로 빨라진 하천의 유속은 예전에 수해가 발생하지 않던 지역에 피해를 야기시켰다. 자연하천으로서 가지던 뛰어난 경관적·생태적 기능을 잃어버린 것은 후세까지 계속 겪게 되는 고통이며 손실이다.
하천정비사업을 한 곳을 가보면 이처럼 획일적이고 단순한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천의 기능 중 오로지 배수통로로 밖에 보지 않은 결과다. 자연하천을 보면 수백 만 년 동안 수해를 조절했던 지혜가 숨어 있다. 하천바닥의 들쭉날쭉한 바닥은 하천의 물을 한꺼번에 흘러가지 않고 물을 저장하는 기능이 있다. 또 한가지는 하천물의 속도를 줄여주는 기능을 한다. 하천의 자연지형이 가장 일차적인 홍수방지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한 하천 변의 난대림도 또한 물을 유속을 느리게 할 뿐만 아니라 물을 흡수하여 저장하는 역할을 함으로서 수해를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자연하천의 곡선형도 유속을 줄여 피해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현재 바닥을 깎고 시멘트 제방을 쌓는 방식은 단기적이고 국지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기후온난화로 기상이변이 잦은 이후에는 더 큰 재앙으로 돌변할 가능성을 담고 있다.
4. 어떻게 수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자연하천보다 더 뛰어난 수해방지 대책은 없다. 사실 현재의 수해는 사람이 부른 것이다. 자연하천의 배후습지(하천수가 일시적으로 많을 때 범람하는 지역)를 사람들이 경작지를 늘리면서 침범한 것이고 따라서 비가 많이 오면 이 지역이 잠기는 것은 당연하다. 또 한가지는 자연배수가 전혀 되지 않는 골프장과 도로 등이 무분별하게 중산간에 들어서면서 하천의 부담이 가중된 것이다.
다만 한가지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더해지면서 피해가 더욱 증폭되었을 뿐이다. 그러면 이후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인가? 수해방지를 위한 연구용역에만 8억8000만원, 수해방지종합대책에 필요한 총예산은 8000억에 이른다. 이 예산이라면 상습침수지역을 사들여 배후습지와 많은 양의 하천수를 일시 저장하는 저류조를 만드는 것이 하천을 파괴하지 않고 홍수를 가장 효율적으로 막는 방법이다. 수해방지종합계획은 토목학회가 주도하면서 거대한 토목사업으로 변하였고 사업의 이익창출을 쉽게 하는 토목사업에 중점이 맞추어졌다. 2007년 태풍 나리 때 3000억원 가량의 손해를 입었다고 하지만 대부분 피해는 도시지역의 피해였다. 그 것도 병문천과 한천, 산지천의 복개로 인해 피해였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자연하천의 문제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고 도로의 배수시설의 문제와 인공 구조물의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5. 하천파괴사업은 재고해야
하천정비사업은 하천파괴사업이다. 토건세력의 배를 불리기 위한 하천파괴사업을 당장 멈추어야 한다. 한 언론에서는 하천정비사업을 4대강 사업에 비유하기도 하였다. 강의 생태를 파괴하고 토건업자의 배를 불리는 점에서 하천정비사업과 4대강 사업 다를 바 없다. 4대강 반대의 구호로 '강은 흘러야 한다'라는 것이 있다. 제주의 하천도 난대림과 생태로 흘러야 한다.
[한라일보 - 천주교생명위원회-참여환경연대 공동기획]
배수형 근시안적 정비로 '인재' 야기 우려도
생태보존 위한 수해방지종합계획 수립 필요
"나는 마르지 않았다, 나는 생명의 젖줄이다!" 2011년 제주의 하천이 우리에게 부르짖는 말이다. 제주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는 하천이 파괴되고 있다. 우리는 제주의 하천 대부분이 비가 많이 올 때만 흐르는 건천(乾川:말라있는 하천)이라고 배웠다. 그래서 그곳은 평상시 바윗돌만 있고 비올 때 빗물을 바다로만 흘려 보내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배수기능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 거대한 하수구로 만든 하천에서 제주하천의 진정한 역할이 무엇이었는지를 배우게 된다.
제주하천을 따라 걷다 보면 진기한 모습들을 만난다. 백로, 왜가리, 원앙 같은 커다란 새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새들이 산다는 것은 이들이 먹이로 하는 양서류·파충류가 많다는 것이고 또 이들이 먹이로 하는 곤충과 곤충이 먹이로 하는 다양한 식물이 있다는 것이다. 생태계가 건강히 숨쉬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면 어떻게 말라있는 돌바닥에서 생명들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인가? 자연하천의 곳곳에는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마르지 않는 웅덩이와 연못들이 줄을 이어 있다. 제주의 땅은 빗물이 땅으로 잘 스미는 이른바 '투수성 지질'이다. 그래서 대부분 하천이 비가 오지 않을 경우 다른 지역의 하천과 달리 물이 없다.
그러면 어떻게 물이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것일까? 비밀의 해답은 두 가지다. 하나는 '복류(伏流)와 용천(涌泉)'이다. 하천을 따라 흐르던 물은 하천바닥의 틈으로 스미어 대부분 땅 깊숙이 스며들지만 일부는 하천의 지하를 따라 흐르다가 다시 솟아 오른다. 하천 바닥에서 군데군데 스며 나오는 물을 볼 수 있는데, 이 물이 모여 연못과 물웅덩이를 이룬다. 또 한가지 이유는 하천 양 옆을 가득 메운 난대림이다. 비가 많이 오면 하천의 양 옆의 수림까지 차올라 난대림을 흠뻑 적신다. 난대림은 물을 저장했다가 조금씩 하천으로 되돌려 보낸다. 그래서 제주의 하천은 항상 물이 마르지 않는다. 이 물에 의지해서 수많은 생명들이 삶의 터전으로 하천을 선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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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정비사업으로 잘게 부순 돌이 쓸려가고 없는 자리에는 용암이 뒤덮기 전에 퇴적된 진흙층이 드러나고 있다. |
2004년 제주동부지역의 수해로 인해 '수해방지종합기본계획'을 수립하였다. 2007년 태풍 '나리'의 내습으로 인해 제주는 3000억원이 넘는 수해를 입었다. 하천정비사업은 수해를 막고자 시작되었다. 2004년 4월부터 1년간 8억8000만원을 들여 수해방지 용역을 벌였다. 이를 통해 시작된 것이 하천정비사업이다.
하천정비사업의 주된 목적은 하천이 범람하지 않게 바다로 빨리 흘려 보내는 것이다. 범람에 대한 대책으로는 하천 제방을 높게 쌓는 것이었다. 시멘트와 돌로 거대한 성곽처럼 하천 변을 둘렀다. 그 다음은 하천 바닥을 평평하게 하기 위해서 자연하천의 거대한 바위들을 깨서 평평하게 만들었다. 마치 도시의 거대한 하수구를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하천 옆에 제방을 만들기 위해서 자연하천의 난대림은 깨끗이(?) 제거되었다. 그리고 하천 바닥의 거대한 바위들 사이의 물웅덩이도 사라지고 용암 암반이 모두 깨어지면서 용암이 덮기 전의 진흙 바닥이 드러난 곳도 있다. 생명의 원천인 물이 이로 인해 사라진 것이다. 보금자리를 이루었던 난대림도 더불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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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자연하천의 모습. 자연 암반이 형성한 연못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물이 절대적으로 귀한 중산간 지역에 수많은 뭍생명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사진=참여환경연대 |
하천정비사업은 지극히 근시안적이다. 수해를 입은 지역의 하천을 중심으로 배수구 형태의 하천으로 바꾸었다. 당장 그 지역은 피해가 줄었다. 하지만 특정지역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수해와 전혀 상관없는 지역까지 모조리 하천을 파괴해야 했다. 하천정비사업으로 빨라진 하천의 유속은 예전에 수해가 발생하지 않던 지역에 피해를 야기시켰다. 자연하천으로서 가지던 뛰어난 경관적·생태적 기능을 잃어버린 것은 후세까지 계속 겪게 되는 고통이며 손실이다.
하천정비사업을 한 곳을 가보면 이처럼 획일적이고 단순한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천의 기능 중 오로지 배수통로로 밖에 보지 않은 결과다. 자연하천을 보면 수백 만 년 동안 수해를 조절했던 지혜가 숨어 있다. 하천바닥의 들쭉날쭉한 바닥은 하천의 물을 한꺼번에 흘러가지 않고 물을 저장하는 기능이 있다. 또 한가지는 하천물의 속도를 줄여주는 기능을 한다. 하천의 자연지형이 가장 일차적인 홍수방지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한 하천 변의 난대림도 또한 물을 유속을 느리게 할 뿐만 아니라 물을 흡수하여 저장하는 역할을 함으로서 수해를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자연하천의 곡선형도 유속을 줄여 피해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현재 바닥을 깎고 시멘트 제방을 쌓는 방식은 단기적이고 국지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기후온난화로 기상이변이 잦은 이후에는 더 큰 재앙으로 돌변할 가능성을 담고 있다.
4. 어떻게 수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자연하천보다 더 뛰어난 수해방지 대책은 없다. 사실 현재의 수해는 사람이 부른 것이다. 자연하천의 배후습지(하천수가 일시적으로 많을 때 범람하는 지역)를 사람들이 경작지를 늘리면서 침범한 것이고 따라서 비가 많이 오면 이 지역이 잠기는 것은 당연하다. 또 한가지는 자연배수가 전혀 되지 않는 골프장과 도로 등이 무분별하게 중산간에 들어서면서 하천의 부담이 가중된 것이다.
다만 한가지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더해지면서 피해가 더욱 증폭되었을 뿐이다. 그러면 이후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인가? 수해방지를 위한 연구용역에만 8억8000만원, 수해방지종합대책에 필요한 총예산은 8000억에 이른다. 이 예산이라면 상습침수지역을 사들여 배후습지와 많은 양의 하천수를 일시 저장하는 저류조를 만드는 것이 하천을 파괴하지 않고 홍수를 가장 효율적으로 막는 방법이다. 수해방지종합계획은 토목학회가 주도하면서 거대한 토목사업으로 변하였고 사업의 이익창출을 쉽게 하는 토목사업에 중점이 맞추어졌다. 2007년 태풍 나리 때 3000억원 가량의 손해를 입었다고 하지만 대부분 피해는 도시지역의 피해였다. 그 것도 병문천과 한천, 산지천의 복개로 인해 피해였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자연하천의 문제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고 도로의 배수시설의 문제와 인공 구조물의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5. 하천파괴사업은 재고해야
하천정비사업은 하천파괴사업이다. 토건세력의 배를 불리기 위한 하천파괴사업을 당장 멈추어야 한다. 한 언론에서는 하천정비사업을 4대강 사업에 비유하기도 하였다. 강의 생태를 파괴하고 토건업자의 배를 불리는 점에서 하천정비사업과 4대강 사업 다를 바 없다. 4대강 반대의 구호로 '강은 흘러야 한다'라는 것이 있다. 제주의 하천도 난대림과 생태로 흘러야 한다.
[한라일보 - 천주교생명위원회-참여환경연대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