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중국농산물이 인해전술로 들어오면
입력 : 2014. 01. 29(수) 00:00
한국이 과연 '김치 종주국'이 맞는가 싶다. 우리의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까지 등재됐지만 왠지 씁쓸하다. 김치 종주국임을 자부하면서 한편으론 김치 순수입국으로 전락했으니 말이다. 그것도 우리나라가 전세계 최대 수입국이란 불명예를 안았다. 재작년 중국에서만 1억1082만 달러어치를 들여왔다. 일본이 한국에서 수입한 4580만 달러의 두배가 넘는다. 가히 중국 김치가 한국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국내 김치보다 값이 무척 싸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중 FTA가 체결되면 한국농업이 어떻게 될지는 자명하다. 한국 농산물이 중국산에 밀릴 수밖에 없다. 김치가 웅변하고 있다. '한국농업이 다 죽는다'는 곡소리가 그저 나오는게 아니다. 바로 한·중 FTA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어 큰 일이다. 초민감품목에 대한 협의가 진행되는 등 새해들어 협상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예상대로 개방품목에 농산물 일부가 포함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구체적인 품목이 공개된 것은 아니나 우려했던게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가 농업 피해를 최소화 한다고 강조하지만 어디 말처럼 쉬운가. 제주 1차산업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특히 감귤의 경우 한·미 FTA와는 비교가 안될만큼 피해가 막대하다. 한·중 FTA가 발효되면 감귤분야의 10년간 누적 피해액이 최대 1조5969억원에 달한다. 올해 중국 전체 감귤생산예상량이 2900만톤이다. 제주감귤이 53만톤이니 자그만치 60배 가량 많다. 6·25때처럼 인해전술로 중국감귤이 물밀듯 들어오는 걸 상상해보라. 제주감귤이 붕괴되는 건 시간문제다.

그러잖아도 제주감귤은 한·미 FTA로 직접적인 불똥을 맞고 있다. 한·미 FTA 발효 이후 미국산 오렌지 수입이 눈에 띄게 늘었다. 2012년 3월부터 12월말까지 수입된 오렌지는 11만5500톤이다. 전년 같은기간 9만9700톤에 비해 23% 증가했다. 직전 3개년 같은기간 평균대비로는 무려 53%나 불어났다. 앞으로 관세가 철폐되면 오렌지 수입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미 제주감귤은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산 노지감귤 가격이 고전을 면치 못한 이유다.

실제로 농산물은 생산량에 따라 가격이 요동친다. 지난해 제주당근이 단적인 사례다. 생산량이 크게 줄었던 지난해(2만1000톤)는 당근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올해(5만3000톤 예상)는 반대로 작황이 지나치게 좋아 걱정이다. 올해 양배추(11만7000톤 예상)도 같은 신세다.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10% 가량 늘면서 가격폭락이 우려되는 지경이다. 생산량이 불과 몇만톤의 차이로 농가의 희비가 엇갈린다. 그러니 한·중 FTA가 제주에 미치는 파괴력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이제 제주농업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경제영토 확장'을 내세워 글로벌 무역협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얼마전엔 한·호주 FTA가 타결됐다. 또 WTO(세계무역기구) 다자무역체제인 도하개발아젠더(DDA) 타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앞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도 참여한다. 이래저래 제주 1차산업의 피해는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렇다고 정부나 제주도나 마땅한 지원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제주농업이 살길은 그저 '자구노력' 밖에 없는지 참으로 암담하다.

<김병준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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