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송악산에서
입력 : 2014. 02. 19(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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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송악산이 들썩인다. 잊혀질만하면 불거지는 송악산을 둘러싼 논란은 제주 관광개발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송악산은 성산일출봉과 함께 제주의 대표적인 수성화산체로 꼽힌다. 분출한지 불과 수천 년 정도밖에 안된 젊은 화산체여서 지질학적 중요성이 매우 크다.
송악산은 빼어난 경관으로 인해 늘 개발의 유혹에 시달려왔다. 일제강점기에 조성한 알뜨르비행장이 이 일대에 자리하면서 정부도 이곳을 호시탐탐 노렸다. 1988년 송악산 군사기지 건설계획은 제주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결국 이 계획은 도민 여론에 밀려 좌절됐다. 그 후 10여년 뒤인 2000년에는 송악산을 유원지화 하려는 계획이 추진됐다. 이 계획 역시 전국적인 이슈로 비화되면서 첨예한 논란 끝에 결국 백지화되기에 이른다.
그로부터 다시 또 10여년이 흘렀다. 이번엔 중국자본이 송악산 기슭과 셋알오름 일대에 뉴오션타운을 개발하는 계획이다. 환경단체와 제주올레 등은 제주도가 세운 경관 및 관리계획에 위배되고 등록문화재 동굴진지 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송악산 주변은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까지 다양한 역사문화 유산들이 중첩돼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 일제강점기의 전쟁유산들은 세계적 가치를 지닌다. 사업부지와 바로 인접한 셋알오름 일제 동굴진지는 1㎞ 이상 되는 거대 지하호가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송악산 외륜에도 1㎞가 넘는 지하 진지가 있으며, 송악산 해안은 자살특공기지가 만들어졌다.
최근에는 셋알오름 등의 거대 지하호와 알뜨르비행장의 격납고 등을 묶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할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다. 일제침략상을 보여주는 역사교훈현장으로서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송악산 일대는 굳이 토건적 발상에 의한 개발이 아니더라도 경관적으로나 역사문화적 측면에서 훌륭한 가치와 매력을 지닌 곳이다. 관광개발이라는 이름아래 이러한 빼어난 경관지를 사유화시킨다는 것이 합리적일까. 섭지코지 개발사례는 경관을 사유화한 폐해를 잘 보여준다. 섭지코지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주민들만 희생양이 된 것이다.
제주도의 개발방식은 1970년대 중문관광단지 조성 단계부터 이제껏 거의 비슷한 구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젠 달라져야 한다는 점에 공감은 하면서도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다. 세계자연유산에 걸맞게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제주섬의 미래가치, 환경가치, 역사문화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무분별한 개발사업이 가져올 환경훼손 등의 피해는 제주특별자치도도 우려하고 있다. 이는 최근 제주도가 토지비축제도를 개발에서 보전으로 방향을 전환키로 한데서도 알 수 있다.
제주도는 앞으로 환경보전에 중점을 둔 토지확보 위주의 토지비축제를 운영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러한 정책기조의 변화는 개발사업으로 환경훼손에 대한 도민 우려가 높아지는 것을 반영한 조치다. 제주도는 '선보전 후개발' 원칙에 따라 100년 후 미래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보전이 필요한 토지를 적극 매수·보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토지비축제도는 송악산 일대에 적용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이윤형 정치경제부 부장>
그로부터 다시 또 10여년이 흘렀다. 이번엔 중국자본이 송악산 기슭과 셋알오름 일대에 뉴오션타운을 개발하는 계획이다. 환경단체와 제주올레 등은 제주도가 세운 경관 및 관리계획에 위배되고 등록문화재 동굴진지 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송악산 주변은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까지 다양한 역사문화 유산들이 중첩돼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 일제강점기의 전쟁유산들은 세계적 가치를 지닌다. 사업부지와 바로 인접한 셋알오름 일제 동굴진지는 1㎞ 이상 되는 거대 지하호가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송악산 외륜에도 1㎞가 넘는 지하 진지가 있으며, 송악산 해안은 자살특공기지가 만들어졌다.
최근에는 셋알오름 등의 거대 지하호와 알뜨르비행장의 격납고 등을 묶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할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다. 일제침략상을 보여주는 역사교훈현장으로서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송악산 일대는 굳이 토건적 발상에 의한 개발이 아니더라도 경관적으로나 역사문화적 측면에서 훌륭한 가치와 매력을 지닌 곳이다. 관광개발이라는 이름아래 이러한 빼어난 경관지를 사유화시킨다는 것이 합리적일까. 섭지코지 개발사례는 경관을 사유화한 폐해를 잘 보여준다. 섭지코지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주민들만 희생양이 된 것이다.
제주도의 개발방식은 1970년대 중문관광단지 조성 단계부터 이제껏 거의 비슷한 구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젠 달라져야 한다는 점에 공감은 하면서도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다. 세계자연유산에 걸맞게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제주섬의 미래가치, 환경가치, 역사문화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무분별한 개발사업이 가져올 환경훼손 등의 피해는 제주특별자치도도 우려하고 있다. 이는 최근 제주도가 토지비축제도를 개발에서 보전으로 방향을 전환키로 한데서도 알 수 있다.
제주도는 앞으로 환경보전에 중점을 둔 토지확보 위주의 토지비축제를 운영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러한 정책기조의 변화는 개발사업으로 환경훼손에 대한 도민 우려가 높아지는 것을 반영한 조치다. 제주도는 '선보전 후개발' 원칙에 따라 100년 후 미래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보전이 필요한 토지를 적극 매수·보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토지비축제도는 송악산 일대에 적용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이윤형 정치경제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