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기본과 상식
입력 : 2014. 05. 14(수) 00:00
말해 무엇하랴마는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오른다. 아직도 슬픔과 분노가 교차한다. 세월호가 45도 가량 기울어져 있을 때 갑판은 텅텅 비어 있었다. 해경 헬기는 세월호에 접근해 있었고 갑판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어야 할 단원고 학생과 승객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에 따라 배안에 있었다. 갑판 위로 빨리 올라가라는 안내방송이 있었다면….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올랐던 단원고 학생과 승객들이 배안에 있을 때 세월호 선장은 팬티 바람으로, 선박직 선원들은 무전기를 들고 허겁지겁 탈출했다. 할 말을 잃게 하며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해경도 적극적으로 구조활동에 나서지 않았다. 세월호 침몰사고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지난 11일 "해경이 처음 도착한 오전 9시30분 당시 세월호는 45도 가량 기울어져 있었을 뿐"이라며 "해경이 진입해 구조했으면 전원이 생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합동수사본부는 전원 구조가 가능한 근거로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DFC)가 실시한 세월호 침몰 직전 경사도 분석결과를 제시했다. 해경은 45도 기울어져 있는 세월호에 올라가 아직 물에 잠기지 않은 조타실 등에서 배안의 승객들을 향해 빨리 탈출하라는 안내방송을 할 수 있었다. 먼저 구조한 선장과 선원들에게 탈출 안내방송을 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하지 않았다. 세월호가 62도 가량 옆으로 뉘어진 상황의 분석도 나왔다. 합동수사본부는 "62도 정도의 기울기라면 (선박에 고정된) 뭐라도 잡고 이동할 수 있었는데도 해경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는 사이 배안에 있던 학생과 승객들은 휴대전화로 애타게 구조를 요청했다. 합동수사본부는 또 배안에 있던 단원고 학생이 마지막으로 문자를 보낸 오전 10시17분까지도 해경이 구조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세월호는 108.1도 기울어져 있는 상황이다. 합동수사본부 관계자는 "물이 바로 아래까지 차오른 4층 어디선가 벽에 기대어 문자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며 "그때까지 학생이 카톡을 보낼 수 있었던 만큼 해경 역시 구조가 가능했음에도 조치가 미흡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을 슬픔과 분노로 몰아넣은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29일째다. 모레면 한 달이다. 슬픔과 분노, 아쉬움, 미안함, 먹먹함은 그대로다. 276명이 희생됐고 아직도 바닷 속에는 28명이 있다. 더 있을 수도 있다. 처음부터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정부의 탑승객 파악은 오락가락이었다. 세월호 참사는 한 사람을 양파껍질 벗기듯 드러내고 있다. 검찰의 칼날이 세월호의 실질적 선주(船主)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그의 네 자녀와 측근들도 소환과 구속기소로 압박하고 있다. 아예 뿌리째 뽑겠다는 각오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스님은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세월호 사고는 기본과 상식을 지키지 않은 우리 모두의 공업(共業)이라고 했다. 기본과 상식은 우리사회를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불행하게도 기본과 상식을 순진하다며 조롱하는 사람들이 있다. 단언하건대 그런 사람들의 마지막은 참담한 후회다.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회다. 그럴수록 기본과 상식을 지켜야 한다. 잔꾀는 기본과 상식을 절대 이길 수 없다. <한국현 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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