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6·4선거… 가만히 있어선 안되는 이유
입력 : 2014. 05. 26(월) 00:00
상상할 수조차 없는 세월호 참사 속에 6·4지방선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에 처음 도입된 사전투표가 오는 30, 31일 실시되는 점을 감안하면 투표일은 불과 4일 앞으로 다가섰다. 세월호 참사 이후 처음 실시되는 전국단위 선거라는 점에서 민심의 향배가 주목된다.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의 민낯을 드러낸 계기가 됐다. 누적된 병폐와 함께 참사 대처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은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연세대 교수들이 시국선언에서 국가라는 제도의 침몰을 목격했다고 비판한 것은 사안의 엄중함을 잘 보여준다. 새삼 국가와 정부의 존재의미에 대해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링컨 대통령은 미국 남북전쟁(1861∼65)이 벌어지던 1863년 11월19일 펜실베니아주 게티즈버그에서 2분간의 짧은 연설을 했다. 그 유명한 게티즈버그 연설이다. 링컨은 불과 266단어로 된 이날 연설에서 정부와 국가의 존재의미, 민주주의를 함축적으로 담아냈다. '국민의(of the people), 국민에 의한(by the people), 국민을 위한(for the people) 정부'란 대목이 그것이다. 이 말은 민주주의와 국가, 정부의 의미를 명확히 한 불멸의 언어가 됐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에서 사람들은 '국민을 위한 정부'의 존재를 체감하지 못했다. 국가가, 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복지를 챙겨줄 수 있을 것인가에 회의감을 갖게 된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1차 원인은 영리만을 좇는 부도덕한 선사와 기본과 원칙을 무시한 선원들에 있다. 하지만 발생시점부터 보여준 정부의 무능은 더 큰 분노로, 침묵시위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정부는 존재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비단 대학교수들만이 아니다. 일상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다. 제주도에서도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침묵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정치적 격변이나 사건에 의한 변혁 못지않게 21세기 초반 대한민국 사회변화를 불러올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의 사회는 분명 바뀌어야 하고 바꾸어 나가야 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 전초전이 바로 6·4지방선거가 될 것이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은 6·4선거에서는 통용돼서는 안된다.

민주주의는 투쟁의 산물이라고 한다.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 역시 많은 고통과 희생아래 이뤄낸 것이다. 직접민주주의는 지방선거까지 확장되면서 오늘날 풀뿌리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우리가 짐짓 편법과 탈법, 부조리를 눈감은 사이 속은 누적된 병폐로 곪아있었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은 작년 말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을 통해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혹여 정치적 허무주의나 냉소주의에 빠져 '가만히 있으면'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은 재연될지도 모른다. 적폐(積弊)를 걷어내는 일도, 안녕하지 못한 사회를 바꾸는 일도 가만히 있어선 이뤄낼 수 없다. 하나하나가 정치행위이자, 정책결정의 문제와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투표에 의해 국민들이 부여한 정당성에 따라 행해진다. 슬퍼하고 분노만 하지 말고 실천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이윤형 정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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