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酒邪'
입력 : 2012. 08. 22(수) 00:00
한 여름 말만 들어도 무덥게 느껴질 술 얘기다. 과거 알렉산드로스 대왕에서부터 냉전의 주역 스탈린, 그리고 윈스턴 처칠 등 역사속 인물들의 술에 얽힌 일화는 많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술을 마시다 친구를 창으로 찔러 죽였는가 하면 고대 페르시아 수도 파르사를 불 태우기까지 했다고 한다. 스탈린은 요란한 술꾼으로 불렸다. '이상한' 위스키를 마신다며 동지를 시베리아로 추방해 놓고는 자신이 증오하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만든 고급 포도주나 싱글몰트 위스키만 마셨다고 한다. 윈스턴 처칠은 신문기자 시절 전쟁취재를 가면서 포도주 36병, 스카치위스키 18병, 브랜디 6병을 전선으로 가져갈 만큼 술사랑이 남달랐다.

세상 사람들의 아름답지(?) 않은 술버릇(주사, 酒邪)의 원인을 최초의 술꾼이라 불리는 노아에게서 찾기도 한다. 탈무드에 나온다는 얘기다. 노아가 포도나무를 심고 있을 때 사탄이 나타나 술 만드는 걸 돕겠다면서 양·사자·돼지·원숭이를 차례로 죽여 그 피를 땅에 뿌렸다. 이후 사람들은 술을 마시면 처음엔 양처럼 순해졌다 좀 더 마시면 사자처럼 사나워지고, 돼지처럼 추악해졌다가 끝내는 원숭이처럼 소란을 피우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음주 폐해를 줄이려 한 노력들은 쉽게 볼 수 있다. 한 예로 송강 정철의 '권주가'를 보자. "한잔 먹세근여 또 한잔 먹세근여 꽃 꺾어 산 놓고 무진무진 먹세근여"는 무진장 마시자는 게 아니라 잔을 세면서 주량껏 마시자는 얘기다.

음주가 지나치면 누구든 불상사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술을 마신 뒤에 나쁜 버릇으로 언행을 함부로 일삼는 주사를 성인 남자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문제는 상습성 여부다.

올들어 제주지역에서도 주사에 얽힌 뉴스들이 이어졌다.

제주경찰이 공무집행방해사범에 대한 강력 단속 결과 올해 7월까지 총 178명을 검거, 전년 동기 118명에 비해 절반 이상 증가했다. 이 중 72%인 129명이 술을 마신 상태였다고 한다. 술값을 지불하지 않다가 출동 경찰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만취상태로 행패를 부리는 등 유형도 다양했다. 전직 도의원에 이어 전직 도지사의 음주로 인한 구설수도 한때 크게 회자되었다.

더군다나 일생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언어폭력, 고성방가, 시비 등의 주사도 경계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조사 결과 우리나라 성인 고위험 음주율은 2005년 14.9%에서 2010년 17.2%로 높아졌다. 특히 남성의 경우 30대, 40대, 50대의 음주율이 평균보다 높았다.

오죽하면 '119 절주운동(1가지 술로, 1차만 하고, 9시 전에 끝내는 술자리)'을 들고 나왔을까.

술 마시는 사람치고 주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해서 크든 작든 주사에 이르기 전까지 스스로 절주하는 습관만이 해법이다. 진작 가슴에 새겨 두지 않았다가 뒤늦게 땅을 치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말이다.

이제 금주하면 '금상첨화'지만 힘들면 절주에 나설 일이다. 금주나 절주는 본인의 의지만이 아닌 땀을 흘리는 운동을 겸해야만 성공 가능성이 높다. 뜨거운 여름이 가기 전 뜨겁게 실천에 옮겨보자.

<김기현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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