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제주 또 생채기… '볼라벤' 이후는?
입력 : 2012. 08. 29(수) 00:00
제15호 초강력 태풍 '볼라벤(BOLAVEN)'이 제주를 관통, 다시한번 큰 상처를 남겼다. 이미 큰 피해가 예고됐지만 속수무책이었다.

한반도에서 태풍의 진입부에 위치한 제주는 매년 여름과 가을이면 태풍으로 가슴앓이를 한다. 가깝게는 매미와 나리로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겪었던 제주다. 이후 제주는 대규모 저류지를 만들고 태풍대비 메뉴얼을 강화하는 등 강풍과 폭우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데 진력해 왔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기후 변화로 유례 없는 집중호우와 태풍 등 극한의 기상이변이 빈발하고 있다. 늘 가슴을 졸이며 여름과 가을을 보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뿐이 아니다. 전국 광역 시·도에서 제주에만 없는게 하천관리 조직과 국가하천이다. 둘 다 재해에 대처하는데 기본이지만 제주에는 없다.

하천관리 조직을 들여다 보자. 제주특별법 4단계 제도개선 때 하천법과 소하천법 규정에 의한 중앙부처의 권한 79건이 제주도로 이양됐다. 하지만 관리 인력은 오히려 2010년 1월 조직개편 때 제주자치도의 하천담당 부서를 폐지해 버려 주무관 1명이 총괄하는 형태로 뒷걸음질쳤다. 이전에는 도청 내에 하천관리담당 5급 1명과 주무관 2명이 있었다. 심각한 것은 제주특성에 맞는 하천관리 등을 위한 도청내 콘트롤타워가 없어졌다는 사실이다.

하천관련 예하조직이 없어 국토해양부 등 관련부처로부터도 '이해할 수 없다'는 핀잔을 듣기 일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 예산 확보에도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의 행정조직에 하천관리와 재해예방업무를 통합해 하천방재과를 신설하거나 조정하여 일원화된 통합적 운영을 위한 조직개편과 이를 통한 정책수립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제주도에는 없는 게 또 있다. 국가하천이 없는 것도 광역 시·도 가운데 제주가 유일하다. 도내에 소하천을 제외한 60개 하천은 모두 지방하천으로 국가하천은 단 한 곳도 없다. 근본적인 수해방지대책을 위해 지방하천의 국가하천 승격은 절실한 과제다. 제주자치도는 천미천과 한천을 국가하천으로 승격시키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당위성을 설득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고 있다.

국가하천의 경우 150~200년 빈도의 홍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는 반면 지방하천의 설계빈도는 50~100년에 그쳐, 국가하천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침수 피해에 대비한 하천정비 예산도 국가하천은 전액 국비로 지원되는데 비해 지방하천은 국비와 지방비를 6대4의 비율로 지원돼 대조적이다.

치수 전문가들은 하천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하천현장의 수리수문특성의 연구·조사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국가하천이 없는 제주도는 홍수재해에 대비할 수 있는 연구·조사와 기술개발은 현재 거의 전무한 편이다.

'볼라벤'은 태풍의 길목에 위치한 제주의 재해대책을 조직부터 전면 재점검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기초부터 미리미리 풍수해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재해가 또다시 언제, 어떤 규모로 닥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시영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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