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대한민국 축구와 지도자
입력 : 2012. 09. 12(수) 00:00
올해 유난히 무더웠던 8월. 대한민국 축구는 런던올림픽에서 숙적 일본을 격파하며 올림픽사상 첫 동메달을 따내는 신화를 창조했다. 축구 종주국 영국과의 8강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두며 대한민국이 축구강국이라는 이미지를 심는데에도 성공했다.

박주영, 구자철, 기성용, 지동원 등 유럽축구에서 활약하는 뛰어난 선수들의 활약이 컸다. 그 뒤에는 홍명보 감독이 있었다. 올림픽이 끝난 뒤 선수들 못지 않게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형님 리더십'이 올림픽에서 제대로 발휘됐기 때문이다.

형님 리더십은 말 그대로 선수를 믿고 신뢰하면서 감독이기에 앞서 선배, 동지, 형님 등의 입장에서 지도하는 것을 일컫는다. 감독의 지도를 받는 선수들도 과거 강압적인 면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운동할 수 있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프로야구와 프로농구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홍명보 감독이 선수로 활약하던 1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02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히딩크 감독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맡았다. 히딩크 감독은 자신이 부임하기 전까지의 대표팀 관행을 모두 바꿔 놓았다. 동료선수간의 호칭도 통일시켰다. OO형 하던 것을 모두 이름만 부르는 것으로 했다. 그리고 선수선발에서도 특정대학 출신을 중용하던 것을 배제하고 철저히 열심히 뛰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했다. 그리고 마침내 대한민국 축구의 역사를 바꿔 놓았다. 지도자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두 말이 필요없는 대목이다.

대한민국 축구의 비약적인 발전은 홍명보, 히딩크 감독 부임에 앞서 각급 대표팀을 거쳐간 수많은 지도자들의 힘이 밑바탕이 된 점은 빼놓을 수 없다.

전장(戰場)이나 스포츠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선 지휘관 및 감독 코치 등 지도자와 선수(군사)들이 혼연일체가 돼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진리다. 아무리 훌륭한 지도자라 하더라도 선수(군사)들이 따라주지 않거나 제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승리를 쟁취할 수 없다. 또 최고의 선수(군사)들을 모아 놨더라도 지도력 부재는 곧바로 패배로 이어지는 것이다. 어는 한쪽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앞으로 98일 후면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위한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대한민국을 이끌고 갈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최종 후보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어떤 리더십을 갖고 있는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게 우리에게 주어진 몫이다. 매번 선거때마다 "이번 선거가 중요하다"라는 말들을 쏟아낸다. 그렇지만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어 버린다. 선거결과에 따라 승패진영으로 양분돼 끊임없는 정쟁(政爭))만이 이어진다.

최고의 감독을 모시기 위한 선수(국민)들도 냉철하게 선택의 기회를 가져야 할 것이다. 어떤 후보가 돼야 좋다는 것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문제는 후보를 둘러싼 무리(패거리)의 행태다. 오로지 승리만을 쟁취하기 위해 달려가면서 국민들이 비교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대로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소비자다. 좋은 상품을 고를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단 하나의 최상품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조상윤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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