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씁쓸한 한가위, 가족이 힘이다
입력 : 2012. 09. 26(수) 00:00
한가위 명절이 얼마남지 않았다. 바로 코앞이다. 벌써부터 마음이 푸짐해진다. 뭐래도 한가위는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이다. 늘 그렇듯이 설레게 한다. 속담도 있잖은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한가위는 풍요로움과 넉넉함의 상징이다. 그렇다.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계절이라 모든 것이 풍성하다. 그런 한가위가 올해는 왠지 씁쓸하고 우울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태풍이 제주섬을 잇따라 덮치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졌다. 엎친데 덮친 격이다. 불과 20일만에 '볼라벤'과 '덴빈'에 이어 '산바'까지 무참히 할퀴고 갔다. 수확철인데다 월동채소를 준비할 시기여서 그 피해는 엄청났다. 특히 볼라벤의 후유증이 채 아물기도 전에 다시 휩쓸었으니 오죽하겠는가. 그 상처가 너무나 크다. 농민들의 아픔이야 이루 말할 수 없다. 누구를 원망하랴.

농민들은 말 그대로 망연자실이다. 거의 여물어 가던 콩은 쑥대밭으로 변했다. 막 심거나 자란 양배추와 브로콜리는 강풍에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다. 이 뿐인가. 여름철 가뭄 끝에 겨우 새순이 돋아났던 당근 역시 마찬가지다. 당근 재배면적의 80~90%의 농경지가 유실되거나 물에 잠겼다. 사실상 폐작을 맞은 것이나 다름없다. 태풍으로 올해 농사를 완전히 망쳐놓았다.

제주자치도가 집계한 태풍 볼라벤의 피해액만 봐도 실감난다. 농경지와 농작물 피해만 9089 농가에서 1만㏊ 110억원에 달한다. 각종 농업시설의 피해도 만만찮다. 비닐하우스·축사시설 등을 포함하면 농업부문 피해가 200억원이 넘는다. 순식간에 불어닥친 태풍 한방에 그동안의 피땀 어린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가뜩이나 어려운 농민들의 살림살이가 말이 아니다.

시원찮은 경기상황도 한숨짓게 한다. 내수가 심상치 않아서다. 단순히 지지부진해서가 아니다. 그런 차원을 뛰어 넘어 악화될 조짐마저 보인다. 얼마전 기획재정부가 밝힌 최근 경제동향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대형마트 매출 증가율이 5개월 연속 감소세다. 지난달 자동차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무려 25%나 줄었다. 2009년 1월 이후 최악이란다. 소비 주체인 가계가 부채에 허덕이고 있으니 어쩌겠는가. 내수에 대한 전망이 어두울 수밖에.

정부가 서둘러 내놓은 경기 활성화 대책도 실망이다. 대체 누구를 위한 대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자동차 회사에만 특혜를 주는가. 자동차 세금감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에도 특혜를 준 바 있다. 이명박 정부는 '강부자 정부'란 비난을 끝끝내 피할 수 없게 됐다. 배부른 부자만을 위한 대책 뿐이니 말이다. 배고픈 서민을 위한 대책은 없다. 서민은 갈수록 벼랑 끝으로 내몰려 걱정이다.

그래도 한가위다. 모처럼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웃음꽃을 피울 수 있잖은가. 명절 때 아니면 온가족이 한꺼번에 만나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추석 명절은 가족 구성원의 화합과 단합의 또다른 기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가족관계가 점차 소원해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번 추석에는 가족의 끈끈한 정으로 팍팍한 삶을 녹여냈으면 한다. 최근 막내린 미국 양당의 전당대회에서도 자주 언급한 말이 '가족'이었다. 새삼 가족의 소중함을 되돌아볼만 하지 않은가. <김병준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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