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유홍준의 '제주허씨를 위한 안내서'
입력 : 2012. 10. 10(수) 00:00
2007년 6월말의 일이다.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열린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의 반열에 올랐다. 당시 문화재청장이던 유홍준 교수도 현장에서 온 국민과 더불어 세계자연유산 등재의 기쁨을 함께 했다. 입담 좋기로 소문난 달변가 답게 유 청장은 등재 소식에 한마디로 "비로소 제주가 삼천리 금수강산의 자존심을 세웠다"고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이런 인연으로 제주명예도민이 됐다. 청장을 그만둔 후에도 제주 추사관 건립을 추진했으며 지금도 명예관장을 맡고 있다. 추사관 건립 당시 추사의 유품을 기증하는데도 앞장섰을 정도로 그의 공이 컸다.

스스로 제주의 '사생팬'이라 말하는 유 교수가 이번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 7번째 책으로, 제주편(돌하르방 어디 감수광)을 내놓아 화제다. 출간 1주일 만에 주요 대형 서점 '역사·문화' 분야 베스트 1위에 오르고 종합베스트셀러 5위권에 들 정도다. 우리 국토의 문화적 면적을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유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는 그동안 300만권이 팔린 베스트셀러로 각광받았다.

이중구 제주경찰청장은 얼마전 과장과 계장급 간부 100여명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제주의 아름다움을 알리는데 일조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발빠른 국내 여행사 중에는 이번 제주편 '답사기'가 소개하는 테마 여행지를 코스로 여행상품까지 개발했다고 한다.

제주의 구석구석에 숨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문화유산의 가치를 이렇게 총체적으로 집약한 경우를 쉬이 찾아보긴 힘들다. 유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제주편은 한권을 오롯이 제주에 할애한 차원 높은 답사기이다. 자연풍경과 문화유산, 그에 얽힌 역사 속 뒷얘기를 풀어냈다. 무엇보다 제주 고유의 민속문화를 제주 사람의 생활과 삶의 표정을 생생하게 담아 낸 것이 특징이다. 독자들은 이 책이 제주 문화의 깊이를 알려주고 있으며, 진짜 제주도가 이 안에 있다고 호평하고 있다.

유 교수는 제주의 동서남북을 모두 15편으로 구성해 마침내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책 서문에는 "자동차를 빌려서 사랑하는 마음, 신비로운 마음으로 제주의 속살에 다가가고 싶어하는 육지인을 위한 제주도 답사기이며, '제주허씨'를 위한 제주도 안내서"라고 소개했다.

'제주허씨'는 그가 제주를 찾아 답사할 때마다 앞서 가는 차량들이 렌터카인 것을 보고 렌터카 자동차번호판의 '허'자에 빗대어 "길을 막는 것은 전부 제주허씨"라고 했던 우스갯소리에서 따온 말이다. 답사기를 '제주학' 안내서로 방향을 틀게 한 계기는 그가 존경해마지 않는 나비박사 석주명이 선구적으로 '제주학'을 외친 것에 공감하면서였다.

책은 제주 홍보 일색인 것만은 아니다. 전승탑 준공탑 관제 위령비 대목에서는 뾰족한 기념탑을 빗대어 '그놈의 뽈대'라고 일갈한다. 개념없는 유적지 정비와 옛것을 잃어가는 도로 확·포장을 나무란다. 도심에 광장을 갖는 것은 심장과 같은 것이라며 전통의 관덕정 앞마당을 광장으로 복원할 것을 일침한다. 구차한 서평은 뒤로하고 일독을 권하고 싶다. <강시영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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