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가마오름과 알뜨르
입력 : 2012. 10. 17(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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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금난으로 일본에 매각절차를 밟고 있는 가마오름 동굴진지(평화박물관) 문제가 사회적 파장을 낳고 있다. 그 이유는 일제 침략의 역사적 증거를 침탈의 당사자인 일본으로 넘기려는데 대한 우려 때문이다. 지난 15일 제주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문화재청이 국비매입 의사를 밝혀 조만간 해결의 가닥이 잡힐 것으로 기대된다. 가마오름 동굴진지는 일본이 한반도와 아시아 각국을 침탈한 식민시기 태평양전쟁 관련 지하 갱도로 어두운 과거의 아픈 역사현장이다.
일본의 한반도와 아시아 침략은 1905년 러일전쟁의 와중에 독도를 강제 편입하면서 본격화했다. 이후 중국 본토를 공격해서 중일전쟁을 일으키고, 1941년 12월에는 미국령인 진주만을 기습공격 태평양전쟁을 불러왔다. 동남아시아 각국에 대한 침략도 이어졌다. 오늘날 동아시아 영토분쟁의 뿌리는 일본의 이러한 침략역사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제주도는 일본군에 의해 결 7호 작전지역이 되면서 섬 전체가 요새화됐다. 가마오름 동굴진지 외에도 일제의 대규모 군사시설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무엇보다 모슬포 알뜨르비행장 일대는 불침항모와도 같은 거대한 군사기지였다. 비행장 활주로와 격납고 시설, 지하진지 및 고사포진지, 각종 벙커와 특공기지 등이 반경 1㎞ 이내에 집중돼 있다. 세계적으로도 알뜨르 일대처럼 태평양전쟁 당시 군사시설이 대규모로 남아있는 곳은 거의 없다. 알뜨르비행장은 중국대륙 공격을 위한 도항기지로 실제 600여회에 이르는 공습이 이뤄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광복 후에도 일제 대륙침탈의 전진기지였던 알뜨르는 갈등과 반목으로 점철됐다. 정부는 1987년 12월 송악산 알뜨르비행장 일대 200만평에 군사기지 건설계획을 발표 제주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결국 군사기지 계획은 지역주민과 사회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1989년 3월 백지화되기에 이른다. 꼭 10년 뒤인 1999년에는 우주과학센터 후보지로 송악산 알뜨르 일대가 유력 후보지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 계획은 제주도의 소극적 입장과 일부 지역주민들의 반발에 밀려 결국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에 빼앗기고 말았다.
2008년에는 알뜨르비행장 일대 태평양전쟁 시설을 활용한 748억원이 투입되는 제주평화대공원 조성기본계획이 수립됐다. 하지만 이것도 국방부와의 부지문제 등으로 거의 폐기상태에 있다. 국방부는 제주도와 협의를 거쳐 알뜨르비행장 부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으나 유야무야 되고 말았다. 이렇듯 일제에 의해 부지를 반 강제로 수용당한 뒤 오늘날까지도 알뜨르 문제는 수 십 년째 진행형이다.
침략의 가해국인 일본의 역사왜곡과 침탈야욕이 계속되는 한 제주도에 남겨진 전쟁유산의 중요성은 부각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동아시아의 평화가 강조될수록 또한 역사 교훈현장으로서의 중요성은 커진다. 이런 맥락에서 평화대공원 조성을 비롯 알뜨르비행장 일대의 전쟁유산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절실하다. 오는 12월 대통령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이 역사의 아픔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윤형 사회교육부장>
특히 제주도는 일본군에 의해 결 7호 작전지역이 되면서 섬 전체가 요새화됐다. 가마오름 동굴진지 외에도 일제의 대규모 군사시설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무엇보다 모슬포 알뜨르비행장 일대는 불침항모와도 같은 거대한 군사기지였다. 비행장 활주로와 격납고 시설, 지하진지 및 고사포진지, 각종 벙커와 특공기지 등이 반경 1㎞ 이내에 집중돼 있다. 세계적으로도 알뜨르 일대처럼 태평양전쟁 당시 군사시설이 대규모로 남아있는 곳은 거의 없다. 알뜨르비행장은 중국대륙 공격을 위한 도항기지로 실제 600여회에 이르는 공습이 이뤄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광복 후에도 일제 대륙침탈의 전진기지였던 알뜨르는 갈등과 반목으로 점철됐다. 정부는 1987년 12월 송악산 알뜨르비행장 일대 200만평에 군사기지 건설계획을 발표 제주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결국 군사기지 계획은 지역주민과 사회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1989년 3월 백지화되기에 이른다. 꼭 10년 뒤인 1999년에는 우주과학센터 후보지로 송악산 알뜨르 일대가 유력 후보지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 계획은 제주도의 소극적 입장과 일부 지역주민들의 반발에 밀려 결국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에 빼앗기고 말았다.
2008년에는 알뜨르비행장 일대 태평양전쟁 시설을 활용한 748억원이 투입되는 제주평화대공원 조성기본계획이 수립됐다. 하지만 이것도 국방부와의 부지문제 등으로 거의 폐기상태에 있다. 국방부는 제주도와 협의를 거쳐 알뜨르비행장 부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으나 유야무야 되고 말았다. 이렇듯 일제에 의해 부지를 반 강제로 수용당한 뒤 오늘날까지도 알뜨르 문제는 수 십 년째 진행형이다.
침략의 가해국인 일본의 역사왜곡과 침탈야욕이 계속되는 한 제주도에 남겨진 전쟁유산의 중요성은 부각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동아시아의 평화가 강조될수록 또한 역사 교훈현장으로서의 중요성은 커진다. 이런 맥락에서 평화대공원 조성을 비롯 알뜨르비행장 일대의 전쟁유산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절실하다. 오는 12월 대통령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이 역사의 아픔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윤형 사회교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