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전국체전 遺憾
입력 : 2012. 10. 24(수) 00:00
대한민국이 세계스포츠강국의 반열에 오르게 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전국체육대회가 100년의 역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리고 지난주에는 제93회 대회가 대구에서 막을 내렸다.

전국체육대회의 효시는 1920년 조선체육회가 창설된 이후 첫 행사로 그 해 11월 배재고보 운동장에서 열린 제1회 전 조선야구대회다. 1934년부터 종합대회 형태를 갖췄고 1948년 제29회 대회부터 명칭이 전국체육대회로 바뀌었다. 자유참가제가 시·도 대항제로 바뀌면서 향토의 명예를 건 경쟁은 기록향상으로 이어졌다는 게 전국체전의 개요다.

60년 이상을 시·도간의 경쟁이라는 틈바구니에서 이어져온 셈이다. 그만큼 치열한 경쟁구도가 펼쳐지기도 했다. 이러한 경쟁은 올림픽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는 스포츠강국으로 우뚝 선 원천이 됐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시·도간의 경쟁은 '나눠먹기'와 일부 체육인들만의 잔치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대회가 종반전으로 치달을쯤 각 시·도는 1년간의 농사에 대한 결실을 거두려고 안간힘을 쓴다. 대회 최우수상(MVP) 수상자도 가려야 하는 시점에 이르게 됐다. 기자단이 선정하기 때문에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예상기사를 내보낸다. 연고팀이긴 하지만 제주선수단의 런던올림픽 스타 오진혁(현대제철)과 수영에서 한국신기록을 낸 선수의 각축전이 예상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렇지만 막판 다관왕에 오른 개최지 체조 선수 이름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결국 대회 MVP는 개최지 체조선수에게 돌아갔다. 근소한 표 차이였다. 기자단의 '떠보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개최지이고, 다관왕이니까" 하는 것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다. MVP 발표 직후 체조경기를 취재했던 동료 기자가 물었다. "현장에서 봤을 때 실수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금메달 수상자가 됐다. 또 그 선수가 MVP가 됐냐"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대회가 끝난 이튿날 한 언론에서 체조 런던올림픽 영웅 양학선이 1위를 차지했는데도 금메달이 없어서 받지 못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체조에서 공동 금메달을 양산했기 때문이란다. MVP 수상자도 공동 금메달이 2개나 있었다. 논란의 종목에서 수상자가 나온 것이다. 개최지에 대한 보너스가 두둑한 셈이었다.

2000년 이후 개최지에서 MVP가 나온 것은 2001년 충남대회와 공동수상자를 배출했던 2010년 경남대회 밖에 없었다.

지금도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오진혁은 여느 일부 올림픽 스타들처럼 전국체전을 그냥 지나쳐 가는 대회가 아니라 최선을 다해 제주도에 금메달 4개를 선물했기에 진정한 MVP였다.

전국체전은 대한민국 체육인들의 종합축제다. 아울러 대회를 개최지 주민들에게 자부심을 갖게 함은 물론 개최지의 지역경제 활성화 등 여러 장점을 갖고 있는 스포츠 이벤트다. 이러한 장점을 극대화시키고 스포츠 강국의 원천으로 제자리를 찾기 위해선 그간의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노력이 따라야 할 것이다. 전국체전 100년을 앞두고 이제부터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조상윤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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