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깔끔한 퇴장
입력 : 2013. 02. 06(수) 00:00
그의 등장은 요란했지만 퇴장할 땐 깔끔했다.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이다. 그는 성공한 여성기업가다. 세계경제포럼이 뽑은 차세대 글로벌 지도자 100인,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7인, 포브스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여성기업인 50인, 미국 혁신인물 100인, 아시아 여성상 최고 영예상 수상 등이 그의 성공을 대변한다.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CEO로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젊은이와 20~30대 여성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멘토 1순위다. 그는 지난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에 입문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이 그가 선거판에 뛰어들며 맡은 직책이다. 그는 대선 기간에 튀는 행동과 파격적인 복장으로 화제를 몰고 다녔다. "민주통합당은 옛날 공산당 같다" "나 영계를 좋아하는데…" 등의 과격한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방송출연 등을 통해 대선이 끝나면 다시 성주그룹으로 돌아가 하던 일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가 당선되면 좋은 자리 하나 차지할라고 선거판에 뛰어들지 않았다는 얘기다. 실제 그는 박 후보의 당선으로 끝난 대선 이틀 후인 지난해 12월21일 선거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짐을 싸고 철수했다. 대선 기간 네티즌들의 평가가 엇갈렸지만 화끈한(?) 행보를 보인 뒤 선거가 끝나자 홀연히 사라졌다. 그 이후 발표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명단에도 그의 이름은 없었다. 요즘에는 언론에 근황도 알리지 않고 있다. 할 일 다하고 물러날 때를 아는 깔끔한 퇴장이다.

그의 등장은 이외였다. 안대희 전 대법관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 대검찰청 중수부장을 맡아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지휘하면서 '국민 검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청빈 검사'로도 불렸다. 대법관 임기를 마치고 조용히 지내던 그가 대선 정국에 명함을 내밀었다. 박근혜 캠프에 합류해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박 후보가 삼고초려(三顧草慮) 끝에 그를 영입했다고 한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박 후보가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을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하자 비리 연루자라며 반대했다. 한 전 상임고문이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임명되면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직을 사퇴하겠다며 박 후보를 압박했던 소신이 강한 인물이다. 그는 대선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18일 임무가 끝났다며 새누리당사 사무실에 있던 자신의 짐을 챙겼다. 당 관계자도 그가 짐을 챙기고 나간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이후 일본으로 갔다가 미국을 거쳐 지난달 31일 귀국했다. 그는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낙마한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를 대신할 인물로 급부상하고 있다.

욕심만 있으면 권력의 한 자리를 꿰찰 수 있는데도 내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며 깔끔하게 퇴장한 그들. 제주정가에도 할 일은 다했다며, 이제 할 말큼은 했다며 깔끔하게 퇴장하는 정객(政客)은 없을까? 선거에 나오고 안나오는 것은 본인의 마음이지만 10년 이상 권력을 누렸거나 현재 권력의 달콤한 맛을 보고 있는 노정객(老政客)들이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내년 지방선거에서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를 펼칠 징조가 보여서 하는 소리다. <한국현 제2사회부장>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1 개)
이         름
이   메   일
8091 왼쪽숫자 입력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
맑음 02-06 10:09삭제

살살 눈칫 글을 쓰는 그런 부류의 구름같은 글쟁이 습보다 역시 당당하게 그리고 젊은이들이 공감이 가는 이런 글을 쓰는 당신이 모습이 더욱 돋보입니다. 존경스러워요..
ϴ 주요기사더보기

기사 목록

한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