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노정객(老政客)의 아름다운 퇴장
입력 : 2013. 05. 22(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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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사람이다. 검사 출신으로 국회의원 5선 관록을 갖고 있다. 17·18·19대 총선에서는 자신의 보좌관을 지낸 후배에게 연거푸 고배를 마시며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3차례에 걸친 총선 패배로 그의 정치생명이 끝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기사회생(起死回生)했다. 18대 대통령 선거가 그 무대다. 그는 지난해 대선에서 새누리당 제주도선거대책위원회를 진두지휘하며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도왔다. 표 차이는 많이 나지 않았지만 박 후보는 제주에서 이겼다. 대선 후 제주정가의 이목은 그에게 쏠렸다. 박근혜 정부에서 '한 자리'할 것이라는 등등의 얘기가 나왔다. 대선 제주승리를 이끈데다 박 대통령 주변에서 정치적 조언을 하는 친박(親朴) 원로그룹인 '7인회' 멤버라는 그의 무게감 때문이다. 실제 그는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새 정부 첫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됐다가 낙마할 때 후임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결국 총리는 되지 못했지만 그는 새누리당 제주도당위원장직을 맡으며 내년 지방선거 도지사 후보군으로 떠올랐다. 그런 그가 돌연히 정계은퇴의 뜻을 내비쳤다. 올해 나이 74세인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다.
그는 박 대통령의 부름을 받은 후 새누리당 제주도당위원장 자리를 내놓았다. 법률적으로 도당위원장 겸직도 가능하지만 사임했다. 그는 지난 15일 새누리당 제주도당 당사 이전 개소식에서 "그동안 제가 도민의 심부름꾼을 하면 더 잘할 수 있다는 오만이 있었다"며 "제가 심부름을 하지 않더라도 더 능력있고 훌륭한 분들이 나와서 제주를 확실하게 발전시키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가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오만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산전수전(山戰水戰) 다 겪은 노정객(老政客)의 회한이다. 제주정가는 그의 발언을 정계은퇴 선언으로 보고있다. 박희수 도의회 의장은 다음날 "제주발전을 위해 더 큰 어른으로 남아달라"며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는 노정객에게 덕담을 건넸다.
현 수석부의장의 사실상 정계은퇴 선언은 20여년 동안 제주정가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전·현직 도지사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김태환·신구범·우근민이다. 세 사람은 1942년생 동갑으로 올해 나이 72세다. 이들은 아직도 여전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제주정가의 한복판에 있다. 1년여 남은 내년 도지사 선거의 관전 포인트도 이들이다. 제주정가는 현직인 우 지사의 출마는 기정 사실이며 김·신 전 지사도 어떤 방식으로든 선거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 지사가 나오지 않으면 두 사람은 출마를 접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도지사는 우 지사가 관선과 민선을 합쳐 5번, 신 전 지사는 관선 1번·민선 1번 등 2번, 김 전 지사는 민선 2번을 했다. 이들은 재임 기간에 공(功)도 있었지만 공무원을 내 편 네 편으로 나눈 '편가르기' 논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게 과(過)라고 할 수 있다. 도지사를 5번, 2번을 했으니 가문의 영광이다. 도지사에 출마하고 안하는 것은 본인의 마음이다. 2번 한 사람은 3번, 5번 한 사람은 6번을 하고 싶겠지만 현 수석부의장이 30여년의 정치인생을 회고하며 한 말 "오만이었다"가 던지는 메시지를 곱씹어 봐야 한다. <한국현 제2사회부장>
현 수석부의장의 사실상 정계은퇴 선언은 20여년 동안 제주정가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전·현직 도지사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김태환·신구범·우근민이다. 세 사람은 1942년생 동갑으로 올해 나이 72세다. 이들은 아직도 여전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제주정가의 한복판에 있다. 1년여 남은 내년 도지사 선거의 관전 포인트도 이들이다. 제주정가는 현직인 우 지사의 출마는 기정 사실이며 김·신 전 지사도 어떤 방식으로든 선거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 지사가 나오지 않으면 두 사람은 출마를 접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도지사는 우 지사가 관선과 민선을 합쳐 5번, 신 전 지사는 관선 1번·민선 1번 등 2번, 김 전 지사는 민선 2번을 했다. 이들은 재임 기간에 공(功)도 있었지만 공무원을 내 편 네 편으로 나눈 '편가르기' 논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게 과(過)라고 할 수 있다. 도지사를 5번, 2번을 했으니 가문의 영광이다. 도지사에 출마하고 안하는 것은 본인의 마음이다. 2번 한 사람은 3번, 5번 한 사람은 6번을 하고 싶겠지만 현 수석부의장이 30여년의 정치인생을 회고하며 한 말 "오만이었다"가 던지는 메시지를 곱씹어 봐야 한다. <한국현 제2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