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또 그들만의 리그?
입력 : 2013. 07. 10(수) 00:00
벌써부터 신경전인가? 김태환 전 지사가 지난달 26일 모 라디오 방송에 나와 우근민 도정 3년에 대해 '중병'과 '신음'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다. 그는 "제가 있을 때 특별자치도가 제주의 간판 스타였다"며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특별자치도가 중병에 걸려서 신음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특별자치도를 시작한 장본인으로 죄인처럼 느끼고 있다"며 자책까지 했다. 전날에는 제주도청 기자실을 방문해 "특별자치도 제도개선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지적한 뒤 "마음을 비우면 모든 게 풀린다. 특별자치도를 이끌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그 때가서 고민하겠다"며 내년 지방선거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전 지사의 기자실 방문 전날에는 KCTV가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한 여론조사를 발표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도지사 선거에서 김 전 지사와 현직인 우근민 지사가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지사는 여론조사 결과에 고무된 듯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궁금했던 김 전 지사의 '중병' '신음' 발언에 대한 우 지사의 반응은 5일 후에 나왔다. 우 지사는 지난 1일 "그건 그분에게 물어보라. 대답할 가치가 없다"고 다소 불쾌한 듯 짤막한 발언으로 대응하며 설전(舌戰)을 피해갔다.

우 지사는 현직이라 내년 지방선거 출마와 관련한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지만 제주정가는 그의 민선 도지사 다섯 번째 도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민선 도지사 선거에서 4전3승1패를 기록하고 있다. 관선은 2번이다. 김 전 지사는 민선에서 2전2승무패다. 민선의 승률은 김 전 지사가 높지만 다선(多選)으론 우 지사가 앞선다. 서로 "해볼만 하다"며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를 벌일 태세다. 관선 1번에 민선 2전1승1패인 신구범 전 지사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선거 1년여 남은 민감한 시기에 '협동조합 제주비전'의 주축인사로 얼굴을 내밀었다. '협동조합 제주비전'은 지난달 27일 출범했다. 그는 아직까지는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은 하지 않고 있다.

"할 만큼 했으니 이제는 그만하라"며 '세대교체'를 바라는 도민들은 번갈아 가면서 20년 넘게 제주정가를 주무르고 있는 이들 3인방에게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도지사 선거가 또 '그들만의 리그'로 치러지면서 공직사회의 줄서기가 재현(再現)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난 5월15일 현경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내가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오만이었다"며 자신의 30여년 정치인생을 회고한 뒤 사실상 정계은퇴를 선언하자 다음날 박희수 도의회 의장은 "제주발전을 위해 더 큰 어른으로 남아달라"며 그의 아름다운 퇴장에 박수를 보냈다. 박 의장은 지난달 11일에는 우 지사를 향해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제307회 도의회 임시회 개회사를 통해서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에 출마하며 '명예회복을 위해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던 것, 도민들과의 약속이 아니었는가. 정치인들의 도민과의 약속은 헌신짝 버리듯 쉽게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우 지사를 겨냥했지만 그 다음에 한 말은 2명의 전직 지사도 들으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대로 옮긴다. "한순간의 그릇된 탐욕으로 많은 정치인들이 수 십년간 쌓은 명예가 한순간에 몰락했던 일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현 제2사회부장>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091 왼쪽숫자 입력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
ϴ 주요기사더보기

기사 목록

한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