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노인이 불행한 나라
입력 : 2013. 10. 30(수) 00:00
얼마전 고독사(孤獨死) 뉴스가 큰 충격을 줬다. 부산의 다세대주택에서 60대 여성의 시신이 백골로 발견된 것. 돌아가신지 5년 된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참담한 죽음이었다. 놀랄 일은 이뿐이 아니다. 중병에 걸린 어머니를 길거리에 내다버린 일도 발생했다. 그런가하면 올들어 70대 노인들의 보험사기가 크게 늘었다. 생활고에 시달린 노인들이 저지른 것이어서 씁쓸함이 더한다.

요즘 나이 든 어르신들의 우울한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고단한 생활을 내려놓고 맘 편히 살아야 할 노인들의 삶이 말이 아니다. 보릿고개를 넘어 산업화를 이뤘으면 살만 할때도 됐는데. 일에 치이고 자식 뒷바라지 하느라 정작 자기몫은 챙기지 못한 것이다. 노인들이 여유로움은 고사하고 팍팍한 삶만이 짓누르고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 대부분의 노인이 겪고 있는 현주소다.

무엇보다 노인의 빈곤(월소득 83만원 미만)이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빈곤율(2011년 기준)은 45.1%다. 한국 노인 2명중 1명은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셈이다. OECD 30개 회원국 평균(13.5%)보다 자그만치 3배가 넘는다. 특히 OECD 국가중 노인빈곤율이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한곳도 없다. 한국이 또 다른 불명예스런 1위를 꿰차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이 노인복지지출의 비중이 높은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열악하기 그지 없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노인복지지출 비중은 1.7%에 불과하다. 이는 OECD 평균(6.8%)의 4분의 1 수준이다. 노인복지지출 비중이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멕시코(1.1%) 뿐이다. 겨우 꼴찌만 면했다. 정말 형편없다. 한국 노인층의 경제여건이 얼마나 취약한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국가 차원의 고령화 대비도 마찬가지다. 아예 손놓은 상태다. 지난 5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고령화 대응지수 개발'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2007~2009년 한국의 고령화 대응 성적은 27.4로 OECD 22개 국가중 최하위다. 고령화 대응지수는 소득·건강·고용·사회적지원 등을 따져 도출한다. 1990년만 해도 고령화 대응 성적은 30.1을 기록했다. 그게 2009년에는 28.9로 낮아졌다. 노인들의 삶이 20년동안 전혀 개선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가뜩이나 우리 국민들의 노후준비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올해 4월 국민연금연구원이 밝힌 '다층노후보장 연구' 보고서가 일깨운다. 2010년 기준 어떤 연금도 들지 않은 비율이 전체 조사대상(8451명)의 41.9%나 됐다. 국민 2명중 1명은 노후준비를 전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공적·개인·퇴직연금에 모두 가입한 사람은 3.9%(331명)에 그쳤다. 노후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제 노인복지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도 이를 뒷받침한다. 전국 성인 1000명에게 가장 중점 둘 분야를 물었더니 1순위로 '노후생활 안정'을 꼽았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가 공약한 기초연금이 크게 후퇴해 참으로 실망스럽다. '모든 노인'에서 '소득하위 70%'로 수정한 것은 이해한다고 치자. 소득하위 노인들까지 차등 지급하는 것은 문제다. 적어도 하위소득 노인에겐 100% 지급해야 한다. 부자에게 월 20만원은 '푼돈'이지만 빈곤층에겐 '목돈'이기 때문이다.

<김병준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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