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군함도ㆍ731부대 터… 그리고 알뜨르
입력 : 2013. 11. 20(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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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폭도시로 잘 알려진 일본 나가사키 항에서 남서쪽으로 약 19㎞ 떨어진 거친 바다 위. 회백색의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마치 괴물처럼 버티고 섰다. 일명 군칸지마(군함섬)라 불리는 하시마 섬이다. 이 섬이 최근 한국과 일본 사이에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이 하시마 섬을 포함한 근대산업시설을 '규슈 야마구치 근대화 산업 유산군'이란 이름 아래 2015년까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섬은 원래 작은 암초에 불과했다. 1810년 석탄이 발견되고 1890년 미쓰비시가 해저탄광으로 본격 개발하면서 섬을 확장, 지금은 둘레 1.2km, 남북 480m, 동서 160m, 면적 6.3ha로 넓어졌다. 하시마 탄광은 석탄 수요의 감소로 인해 1974년 1월 폐광된 후 무인도가 됐다.
대표적 전범기업인 미쓰비시는 탄광개발을 위해 한인 등을 대거 강제 동원했다.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4~1945년에 최대 800명의 한인이 동원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130여명이 지하 1000m가 넘는 갱도 안에서 석탄을 캐다 죽어갔다. 혹독한 노동조건으로 인해 '감옥섬'으로 불릴 정도였으니 한인들의 고통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그런데 일본 정부가 한인의 강제노역과 희생 등에 대한 언급 없이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취재 차 지난 달 이 섬을 찾았을 때 해설사 역시 방문객들에게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은 설명하지 않았다. 지난 17일 열린 제37차 유네스코 총회에서도 이례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기리는 세계유산으로서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일본은 또 태평양전쟁 시기 자살특공기지인 지란특공평화회관의 편지 등 기록물을 세계유산에 등재시키려 하고 있다.
일본의 이런 움직임은 제주도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일본이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도 감추고 싶은 한반도와 아시아 각국에 대한 침략의 역사는 제주도에 대규모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알뜨르 비행장을 비롯 오름의 지하진지 등 제주도는 섬 전체가 거대한 지하요새를 연상시킨다. 알뜨르 비행장은 격납고와 지하벙커 등 다양성이나 규모면에서 세계적 가치와 중요성을 지닌다. 알뜨르 비행장을 포함 제주도 일제 군사시설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일본이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고 있는 만큼 오히려 정부와 제주도가 전쟁범죄 현장을 세계유산에 등재시키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조사도 꾸준히 이뤄져왔다. 중국의 사례는 시사적이다. 중국은 일제가 세균무기를 개발 생체실험을 자행한 관동군 731부대 터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키기 위해 중앙정부가 나서서 움직이고 있다. 일본의 침략상과 반인류 범죄행위를 영구히 기록하기 위한 차원이다.
알뜨르 비행장 일대의 태평양전쟁 관련 시설 또한 수많은 제주도민들이 강제동원된 아픈 역사현장이다. 제주도에 남겨진 일제 침략의 흔적을 통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되새기고 역사교훈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이윤형 사회교육부장>
대표적 전범기업인 미쓰비시는 탄광개발을 위해 한인 등을 대거 강제 동원했다.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4~1945년에 최대 800명의 한인이 동원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130여명이 지하 1000m가 넘는 갱도 안에서 석탄을 캐다 죽어갔다. 혹독한 노동조건으로 인해 '감옥섬'으로 불릴 정도였으니 한인들의 고통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그런데 일본 정부가 한인의 강제노역과 희생 등에 대한 언급 없이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취재 차 지난 달 이 섬을 찾았을 때 해설사 역시 방문객들에게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은 설명하지 않았다. 지난 17일 열린 제37차 유네스코 총회에서도 이례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기리는 세계유산으로서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일본은 또 태평양전쟁 시기 자살특공기지인 지란특공평화회관의 편지 등 기록물을 세계유산에 등재시키려 하고 있다.
일본의 이런 움직임은 제주도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일본이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도 감추고 싶은 한반도와 아시아 각국에 대한 침략의 역사는 제주도에 대규모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알뜨르 비행장을 비롯 오름의 지하진지 등 제주도는 섬 전체가 거대한 지하요새를 연상시킨다. 알뜨르 비행장은 격납고와 지하벙커 등 다양성이나 규모면에서 세계적 가치와 중요성을 지닌다. 알뜨르 비행장을 포함 제주도 일제 군사시설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일본이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고 있는 만큼 오히려 정부와 제주도가 전쟁범죄 현장을 세계유산에 등재시키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조사도 꾸준히 이뤄져왔다. 중국의 사례는 시사적이다. 중국은 일제가 세균무기를 개발 생체실험을 자행한 관동군 731부대 터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키기 위해 중앙정부가 나서서 움직이고 있다. 일본의 침략상과 반인류 범죄행위를 영구히 기록하기 위한 차원이다.
알뜨르 비행장 일대의 태평양전쟁 관련 시설 또한 수많은 제주도민들이 강제동원된 아픈 역사현장이다. 제주도에 남겨진 일제 침략의 흔적을 통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되새기고 역사교훈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이윤형 사회교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