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존폐 기로에 선 학생오케스트라
입력 : 2014. 06. 09(월) 00:00
올해 초 피아니스트 유자 왕(Yuja Wang)과 젊은 거장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의 협연 앨범이 발매됐다.

중국 출신 여류 피아니스트 유자 왕과 세계적인 음악가로 성장한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를 맡은 시몬 볼리바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협연 실황 녹음 앨범이다.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음악 사회운동본부 콘서트 홀에서 열린 '엘 시스테마' 38주년 기념 콘서트 녹음앨범이기도 하다.

지금 세계 음악계는 젊은 거장 구스타보 두다멜에 열광하고 있다. 스물 여덟의 나이에 미국 클래식의 양대산맥인 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감독에 취임했고,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여겨지는 베를린필 상임감독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음악가다. 이제 겨우 서른 넷에 불과한 젊은이다.

구스타보 두다멜은 베네수엘라 무상 음악교육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El Sistema)' 출신이다. 유럽이 지배하는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보기 드문 제3세계 출신 지휘자다. 유럽 명문 음악학교에서 음악을 배운적도 없다. 엘 시스테마에서 음악을 익히고 체득하며 스스로 천재성을 꽃피웠다.

엘 시스테마는 '시스템(system)'을 뜻하는 스페인어다. 하지만 이제는 '베네수엘라의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무상 음악 교육 프로그램'을 뜻하는 고유명사로 통한다. 정식 명칭은 '베네수엘라 국립 청년 및 유소년 오케스트라 시스템 육성재단'이다.

1975년 경제학자이자 아마추어 음악가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설립했다. 궁핍하고 위험한 환경에서 자라나는 카라카스의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침으로써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차고지에서 빈민층 청소년 단원 11명과 함께 출발했다. 2010년에는 190여개 센터, 26만여 명의 거대 조직으로 성장했다. 취지에 공감한 베네수엘라 정부와 세계 각국의 음악가, 민간 기업의 후원 덕에 미취학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교육 시스템으로 정착했다.

엘 시스테마는 종전의 음악교육과는 달리 사회적 변화를 추구한다. 마약과 폭력, 총기 사고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베네수엘라 빈민가의 어린이·청소년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면서 범죄를 예방할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비전과 꿈을 선사한다. 협동·이해·질서·소속감·책임감 등의 가치도 심어준다. 구스타보 두다멜, 베를린 필하모닉 최연소 더블베이스 연주자 에딕슨 루이즈도 바로 이 엘 시스테마 출신이다. 엘 시스테마의 이야기는 2004년 다큐멘터리 영화 '연주하고 싸워라(Tocar y Luchar)', 2008년 '엘 시스테마(El Sistema)' 등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제주지역에서 활동중인 학생오케스트라도 적잖다. 이미 초등학교 12곳, 중학교 1곳, 고등학교 2곳에 자생 학생오케스트라가 설립·운영중이다. 올해에는 한라·중문초등학교에 신규로 학생오케스트라가 만들어졌다. 교육부와 제주자치도교육청도 지원에 적극적이다. 신규 학교에는 창단비 및 운영비로 7000만원씩을 지원한다. 자생 학생오케스트라에는 교당 500만원 씩을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원은 3년 일몰제다. 3년만 지원하고 그 이후에는 지원을 끊는다는 얘기다.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는 고사하고 불과 삼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움만 앞선다. <현영종 사회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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