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협치, 걸음마는 끝났다
입력 : 2014. 10. 13(월) 00:00
또 낙마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장 얘기다. 이지훈 전 시장은 취임 한달 만에 사의를 표명했고 이기승 내정자는 도의회 인사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두 사람은 원희룡 도지사가 '수평적 협치'를 내걸고 선택한 인물이다. 그러나 실패작으로 끝났다. 야속하게도 제주시장 공백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원 지사는 지난 8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행정시장 임명 과정에서 두번의 아픔을 겪었다. 결과적으로 도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삼수'하는 상황에서 할 말이 없다"며 "이제 걸음마를 끝내고 겸손하게 도민 곁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또 협치를 꺼내 들었다. 그는 "하나된 제주, 더 큰 제주공동체를 만들어 도민 화합을 이루고 협치를 구현한다는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두번의 아픔은 있었지만 협치는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원 지사의 협치는 이전의 도정(道政)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다. 사회의 각 주체를 아우르는 협치를 하겠다는데 누가 토를 달겠는가. 의욕이 앞서서일까? 협치정책실장이 '옥상 옥' 논란 속에 직급이 3급에서 4급으로 낮아졌는가 하면 협치의 방점인 제주시장 임명도 두 차례나 쓴맛을 보면서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특히 제주시장의 잇따른 낙마는 그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있다. 그는 도지사가 되기전에 이미 전국적인 인물이다. 그의 존재감을 익히 알고 있는 새누리당이 삼고초려(?) 끝에 도지사 후보로 내세울 정도다. 그는 전국적인 관심 속에 60%의 지지를 얻으며 도지사에 당선됐고 이전 도정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여러가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그 중심에 협치가 있고 중앙언론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협치의 첫 실험이라고 할 수 있는 제주시장 임명은 '무늬만 공모'라는 지적 속에 두 차례나 실패했다. 도의회도 쓴소리를 하고 있다. 구성지 도의장은 제10대 도의회 출범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특별법 제도개선, 신공항 건설, 카지노·영리병원·중국자본·난개발 문제 등은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이지만 의회와의 소통은 여전히 미진하다"며 "도민과의 협치가 가장 중요하고 다음은 반드시 의회와의 협치가 이뤄져야 진정한 협치가 마무리된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의 협치가 출발부터 만만치 않다.

그래도 그는 꿋꿋이 협치를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가? 그의 협치는 다분히 중앙정치권을 의식하고 있는 듯 하다. 이를테면 제주시장 내정을 비롯한 도 인사는 전직 지사나 그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전폭적으로(?) 수용하고 자신은 중앙정치권을 바라보며 도지사 다음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걸음마를 끝내고 겸손하게 도민 곁으로 가겠다고 했다. 태어난 지 100일이 된 아기의 걸음마는 불안하다. 걷다가 언제 넘어질 지 모른다. 걷다가 넘어지고, 일어서 또 걷고…. 그런 과정을 거쳐 남의 도움 없이도 씩씩하게 걷는다. 오늘(13일)로 도지사 취임 105일. 그의 표현처럼 이제 걸음마는 끝났다. 제주시장 '삼수'가 코앞이다. 이전의 시장 내정처럼 주변에 휘둘리지 말고 이번에는 직접 챙겨라. '삼세번'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도민과 제주시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을 내정하고 인사청문회에 대비해야 한다.

도지사 이상을 바라고 있다면 잘해야 한다. 도정이 우선이다. <한국현 서귀포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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