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주들불축제 사실상 존폐 기로에 섰다
입력 : 2025. 02. 24(월) 03:30
[한라일보] 올해부터 제주들불축제가 빛 축제로 완전히 탈바꿈한다. 축제의 핵심이었던 '오름불놓기'가 폐지된데 이어 '달집태우기'와 '횃불대행진'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축제의 변질이 불가피하면서 옛 목축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대표적 문화관광축제는 1997년 첫선을 보인 후 30년을 못 채우고 존폐 기로에 섰다.

김완근 제주시장은 지난 20일 들불축제 관련 브리핑을 통해 3월 14~16일 새별오름 일대에서 개최하는 '2025 제주들불축제'의 계획 변경을 알렸다. 2년 만에 개최되는 올 축제의 핵심은 달집태우기와 횃불대행진의 디지털 전환이다. 달집태우기와 횃불대행진은 유지한다던 축제 계획이 한 달여 만에 바뀐 것이다. 탄소중립과 기후환경 위기라는 과제 앞에 지속 가능한 축제를 위해 전면 디지털 행사로의 변경을 고민한 결과라는 게 이유다. 그나마 축제장에 남아있던 '불(火)'마저 없어지면서 들불축제의 정체성을 찾기 힘들게 됐다. 개선이라는 명분을 토대로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축제가 전국적으로 산불이 잦은 시기이고, 제주도의 탄소 없는 섬 정책과 맞지 않는다는 견해 등 논란을 불식시키지 못하는 건 인정한다. 그런데 축제의 본질인 불을 없애고 빛으로 대체하는 게 맞는지는 의문이다. 알맹이 없는 축제에 다양한 프로그램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굳이 빛 축제를 새별오름에서 해야 하는가 하는 의견도 적지않다. 전통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지만, 한순간 사라질 수 있는 게 전통이다. 올해 도지정 축제 10개가 최근 선정됐다. 들불축제만 한 축제는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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