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도 돈 없어” 도산 기업 근로자의 설움
입력 : 2025. 11. 17(월) 16:26수정 : 2025. 11. 17(월) 17:00
양유리 기자 glassy38@ihalla.com
도내 체불임금 216억원… 외국인 체불 피해 증가
상습 체불 업주에 근로자들 1억원가량 체불 호소
노무사 “체불임금보다 벌금 액수가 적을 시 악용”
임금체불 관련 이미지. 연합뉴스
[한라일보] “회사가 잘됐으면 하는 바람에 믿고 기다렸는데 돌아온 건 대출 빚이었어요. 이젠 밀린 월급을 돌려받을 길도 없고 막막합니다.”

제주의 한 식음료 제조업체에서 5년 넘게 일한 태국인 근로자 A(40대)씨는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해고됐다. 회사가 재정 악화를 이유로 영업을 중단하고 부동산이 경매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는 회사에서 밀린 월급과 퇴직금을 합쳐 5500여 만원을 받지 못했다. 조금만 기다리면 돈을 주겠다던 사장은 1년 넘게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A씨는 설명했다.

직장을 잃은 A씨는 결국 비자 체류 기간이 만료돼 제주를 떠나 경기도로 이사했다. 체불임금은 전혀 돌려받지 못한 채다. 그는 “(사장이) 월급을 주지 않아서 태국에 아내와 아이들이 있어 대출을 받아 생계를 유지해왔다”며 “제주와 한국에 실망과 배신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같은 회사의 한국인 직원 B씨도 체불임금이 5900여 만원에 달한다. B씨는 최근 사업주에 대한 형사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으나 임금을 돌려받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해당 업체의 사업주는 이전에도 동종 범행으로 두 차례 벌금형이 내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새 정부 출범 후 ‘임금체불 단절’ 기조 아래 정책과 제도가 정비되고 있으나 이처럼 체불 피해 근로자들의 어려움은 여전한 실정이다.

17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제주근로개선지도센터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제주지역 사업장에서 발생한 임금체불 액수는 216억2100만원이다. 내국인 197억4800만원, 외국인 18억7300만원 등이다.

특히 지난해(12월 말)와 올해(10월 말) 수치를 비교했을 때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체불이 크게 늘었다. ▷사업장수 80→135곳 ▷근로자수 298→331명 ▷체불액 14억2600만→18억7300만원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임금체불이 여전히 빈번할뿐더러 벌금 액수가 적어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한다.

정상욱 제주특별자치도 노동권익센터 공인노무사는 “사업주가 체불된 임금보다 벌금이 액수가 적어서 버티다가 벌금만 내고 끝내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임금 체불은 빈번하고 소통 장벽 등으로 구제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어 “체불 피해자는 민사소송을 제기해 우선 변제권을 인정받아야 하지만 사업자 또는 법인의 재산이 아예 없다면 임금 전액 보상은 사실상 어렵다”며 “임금체불이 발생하면 장기 체불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즉시 노동청에 신고해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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