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신구간의 이사와 인사
입력 : 2011. 02. 01(화) 00:00
설을 앞둔 제주는 신구간이다. 제주의 독특한 이사풍속인 신구간은 올해는 설 명절 직전까지 이어져 집 없는 서민들은 이래저래 분주하다. 예전처럼 신구간의 의미가 크게 와 닿지는 않지만 그래도 '동티나지' 않는 시기에 집을 옮기려는 사람들은 이때를 기다리는 것 같다. 혹은 2~3년에 한 번씩 집을 옮겨야 하는 서민들도 보통은 신구간을 택해 이사한다. 서민들에게 신구간은 몸과 마음이 가장 추운 시기다. 특히 올 겨울처럼 한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사 다녀야 하는 서민들의 마음은 오죽 할까.

하지만 있는 사람에게 신구간은 단지 사라져가는 옛 풍속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제주에도 평당 수 백 만원 하는 고급 아파트단지들이 들어서면서 신구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이사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상이 됐다. 아파트 위주의 재개발이 이뤄지면서 굳이 신구간에 맞춰서 이사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제주사회에서도 어느덧 집은 편안한 안식처가 아니라 가난함과 부유함을 나타내는 신분의 척도가 돼가고 있다.

이러한 독특한 이사풍속인 신구간은 요즘은 다른 의미로도 읽힌다. 관가 주변에서는 인사철을 뜻하는 말로 신구간이란 단어를 쓰는 것이다. 대규모 자리 이동을 하는 것을 두고 이사철에 빗대 표현하는 것이다. 신구간은 신의 간섭을 받지 않는 시기에 이사하고, 집을 수리하는 등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사 역시 새로운 질서를 구축한다는 의미가 있다.

며칠 전에 단행된 제주도 정기인사를 통해 우근민 도정은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나름대로 고심했을 것이다. 이번 인사는 사실상 우근민 도정 출범 이후 첫 인사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그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것을 보여준 인사였다. 이번 우 도정의 인사는 측근들을 이리저리 돌리고 승진시키는 소위 '회전문 인사'를 보는 것 같아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공직사회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큰 것을 보면 이번 인사는 우근민 도정의 친정체제 구축에만 올인하고 참신함이나 변화와는 거리가 먼 것 같아 안타깝다.

흔히 '인사는 만사(萬事)' 라고 한다. 또는 '인사는 망사(亡事)'라는 표현도 곧잘 쓴다. 모두 인사의 중요성을 나타낸 말이다. 신구간의 의미처럼 제주도의 인사 또한 새로운 질서로 나아가기 위한 변화된 모습을 담을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도민들은 달라진 시대 변화된 도정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데도 불구하고 구시대의 구태가 반복되는 것은 실망스럽다. 우 도정은 신구간에 이은 5일간의 설 연휴를 도민들의 체감민심과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허심탄회하게 돌아보고 도정에 반영해 나가는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이윤형 사회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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