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지적 오만'을 경계하며
입력 : 2011. 02. 08(화) 00:00
모처럼 길었던 설 연휴도 이제 끝났다. 반가운 얼굴을 볼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동시에 제주도정과 도민 간의 소통 부재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적지 않은 친족·지인들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를 화두로 꺼내 들었다. 돼지고기 쇠고기 사과 배 등 제수용품 어느 하나 값이 오르지 않은 것이 없다는 푸념이었다. 사정이 이럴진데 정부·지자체는 손을 놓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지역경제 회복·제주해군기지 등 현안은 등한시하면서 세계7대 자연경관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날 선 비판을 이어가기도 했다.

소통 부재는 비단 제주도정-도민 사이 뿐만 아니다.

제주도정과 도의회, 제주도정과 공무원 사이 역시 소통 부재가 심각한 수준에 다다른 느낌이다.

지난해 말 제주자치도 2011년도 예산안 심의·의결과정서 보인 제주도정의 행태는 그 도를 한참 지나쳤다는 평가다. 당시 삭발을 감행한 제주자치도청의 한 고위 관계자가 도의회에 사과까지 했지만 씁쓸한 뒷맛은 여전하다.

지난달 단행된 제주자치도 정기인사 역시 말들이 무성하다.

한 공무원은 "이번 인사는 측근들을 중용하고 승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제주자치도 공무원노조 역시 인사 직후인 지난달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도정의 2011년도 정기인사는 최소한의 원칙도 무너진 난생 처음 보는 행태로,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소통 부재의 한 원인은 '지적 오만(知的 傲慢)'에서 찾을 수 있다.

'경제통' '행정의 달인' '인사 전문가'라는 명패 아래 흐르는 민심을 새기려 하지 않는다. 커다란 밑그림을 내놓고는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다며 주변을 원망하기도 한다. 진심어린 충고에도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다며 귀를 닫는다.

성철 스님은 평소 지적 오만을 경계하며 다음과 같은 말씀을 내놓으셨다. 돼지의 몸에 빈대 두 마리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다른 빈대 한 마리가 돼지의 몸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먼저 있던 한 마리가 "새로 온 빈대를 쫓아내자"고 선동했다. 자신들이 먹을 피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다른 빈대는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가 함께 피를 빨아대면 주인은 돼지를 살찌우기 위해 더 많은 먹이를 줄 것이고, 그러면 우리 둘이 있을 때 보다 더 좋은 음식을, 더 오랫동안 먹을 수 있다"며 반대했다. 돼지가 살찐 것을 자랑하다가 잡혀 죽듯이, 자만·오만이 자신을 망치는 것을 경계하라는 말씀이다.

피의 흐름이 원활해야 신체가 건강하듯 조직원간 의사 소통이 막힘이 없어야 건강한 사회를 이룰 수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한 쪽 만이 아닌 모두의 의견을 존중하는 건강한 제주도정을 기대한다.

<현영종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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