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전국 공모 미술관장의 민낯
입력 : 2014. 09. 29(월) 00:00
"미술관을 운영할 행정능력 등 여러가지가 부족하다. 그럼에도 어떻게 도립미술관장을 하겠다고 지원했나. 그 동기가 궁금하다."

면접 시험장이 아니었다. 지난 24일 제주도립미술관에 대한 2013년 회계연도 결산심사에서 신임 관장을 향해 제주도의회 안창남 문화관광스포츠위원장이 던진 질문이다. 취임 한달 여가 흘렀지만 신임 도립미술관장은 도의회에서 그런 소릴 들어야 했다. 같은 시각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는 도립미술관장 선임 과정을 진상조사해달라는 미술인의 청원을 심사하고 있었다.

공무원 개입설, 인사위원장 친족 관계 등 논란이 잇따르며 제주도감사위원회 감사 의뢰로 이어진 도립미술관장 사태는 제주도의 개방형직위 공모 과정이 얼마나 허술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제주도가 전국 공모를 거쳐 임기제 지방서기관(4급)을 임용하면서 기본적인 정보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방공무원법엔 '전문성이 특히 요구되거나 효율적인 정책 수립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돼 공직 내부나 외부에서 적격자를 임용할 필요가 있는 직위를 개방형직위로 지정해 운영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제주도가 도립미술관장을 개방형직위로 둔 것은 그만큼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걸 드러낸다.

제주도의 선발 과정은 어떠했나. 1차 관문인 선발시험위원회 시험위원을 임명이나 위촉할 수 있는 인사위원회의 위원장이 신임 관장과 가까운 친족관계임에도 이를 몰랐다(고 했다). 전·현직 관장이 자매인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했다).

선발시험위원회 시행 계획 최종 결재자인 인사위원장은 그 안에 담긴 여러 내용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자리에 있다. 선발시험위원회가 합격시킨 3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우선 순위를 정하는 곳도 인사위원회다. 인사위원장은 선발시험위원회에서 넘어온 3배수 명단에서 동생 부인의 이름을 발견했지만 그대로 회의를 이끌었다.

제주도는 실제론 인사위원회도 열지 않고 자체적으로 시행계획을 마련해 인사위원장에게 결재를 맡았다. 뒤늦게 친족관계를 파악했다는 제주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지방공무원법에 친족관계나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은 심의에서 제척·기피·회피하는 조항이 있지만 개방형직위는 그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의회에서 이를 문제삼자 제주도는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자매 관장' 문제는 어떤가. 신임 관장이 회원으로 있는 미술단체에서 '제 살 깎아먹기'를 각오하고 오죽하면 두 차례나 성명을 냈겠나. 도립미술관을 운영할 만큼 그가 자질이 있느냐를 따지기 위해서다. 제주도의 인사 직후 일부에서 자매 관장 선임에 대해 '화제'라고 미담처럼 표현했지만 미술인들에겐 '추문'으로 느껴진 이유다.

인사위원장이 털어놓은 대로라면 제주도지사는 인사위원회가 1순위로 올려보낸 인물을 배제하고 다른 후보를 택했다. 임명권자의 고유 권한이겠지만 지금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은 도지사가 어떤 기준으로 도립미술관장을 최종 낙점했는지 의문을 품게 만든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으나 제주도청 주변에서 이런 얘기가 들려오는 걸 지금껏 듣지 못했다. "자매 관장이 왜 문제가 되는가. 언니에 이어 동생의 능력이 탁월해서 도립미술관장으로 뽑았다." <진선희 사회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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