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68)생존 게임-류휘석
입력 : 2024. 05. 21(화) 00:00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건강한 사람이 되려고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

꼬박

꼬박 먹었다



미래에는 사람 대신 건강만 남을 것이다



빛을 맹신한 비둘기가 창문에 머리를 박는다

삽화=배수연


사랑하는 이여. 건강하다는 소식 들으니 기쁘고 보내준 책은 읽었는지.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하다는 당부를 그대에게 전하는 건 건강하게 오래 사랑하는 자로 그대를 내 안에 그리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맹신에 대해 묻는 방식으로 한 마디 붙이자면 어제 오늘 우리 사회의 건강 담론은 일면 우의적인 무엇이 되려 하는지 너무나 뻔뻔하고 우스깡스럽고, 자기 숭배적이고, 가장하고, 기만하고, 아픈 사람을 터무니없이 냉소하고, 어딘가 착취적인 냄새가 나지 않는가. 그대가 아프지 않고 오래 살기를 기도하지만, 표면적으로 건강만 남고 내면적으로 죽은 사람이 되는 것까지 관여할 수는 없다. 인간은 건강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차라리 건강한 무엇이 되려는 과정을 더 많이 반영한다. 요즘 사회는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을 꼬박꼬박 먹지 않는 것은 규칙에 어긋난다고 선전하며 공장형 건강 시스템이나 데이터에 어울리는 몸이 되라고 아우성이다. 더러 우리는 공급자 중심의 건강이 오히려 자신의 몸을 괴롭히는 줄 모르는 소비자로 살고, 건강하기만 하면 다 괜찮은 것이라는 참을 수 없는 방식으로 존재한다. 늙은 사람까지 젊어져야 하는 건강은 마치 승부를 겨루는 게임처럼 느껴진다. 미안하지 않은가. 자신에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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