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167] 3부 오름-(126)모구리오름, 나시리오름, 유건에오름
입력 : 2026. 03. 24(화) 03:00
김찬수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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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구리’, ‘나시리’, ‘유건에’, 한국말인가 제주말인가?

모구리 지명 '젯그린동산'에 단서
[한라일보] 모구리오름은 서귀포시 성읍~수산 간 도로에서 난산리로 진입하는 길 우측에 있다. 표고 232m, 자체높이 82m다. 오름의 등성마루는 평평하며, 분화구는 남동쪽으로 넓은 말굽형으로 벌어져 있다. 이 분화구 가운데 알오름이라는 봉우리가 있으며, 이 알오름이 분화구 가운데 있어 분화구는 전체적으로 U자형의 기다란 골짜기 모양을 한다.
1530년에 편찬한 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모골(毛骨)', 1709년 탐라지도병서에 '모고리(毛古里)', 이후 '모고악(毛古岳)', '모구악(母狗岳)', '모구리', 모구악(母拘岳) 등으로 표기했다. "모구리오름 바로 남쪽에 조그만 알오름이 있는데 이를 새끼로 보고, 새끼를 끼고 있는 어미개의 형상이라서 '모구리오름'이라 했다는 설이 있으나 확실치 않다"는 설명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모로 누운 어미개의 형체이면서 알오름의 새끼라서 모구악이라고 한다는 전래 이야기를 소개한 경우도 있다.
모구리오름이란 지명의 해독에 단서가 될 만한 지명이 눈에 들어온다. 알오름의 이름을 '개동산' 혹은 '젯그린동산'이라고 하는 것이다. '개동산'이란 이름에서 누운 어미개를 연상했을 것이다. 그러니 '젯그린동산'은 당연히 젖을 그리워하는 새끼개라 풀이했을 것이다. '개동산'의 '개'란 '고리'의 변음이다. '고리'란 'ᄀᆞᆯ'→'ᄀᆞ'→'개'로 발음되기 때문이다. '젯그린동산'이란 지명에서는 '그린'이라는 말에 묻혀 있다. 이 '그린'은 '그리+ㄴ(관형격 어미)'에서 온 말이다. '젯그린동산'의 '젯'은 'ᄌᆞ+ㅅ(사이시옷)'의 구조다. 북방 여러 언어에서 언덕 혹은 작은 산을 지시하는 말로 '고리'가 있다. 몽골의 여러 방언 중 '거리', '구리', '구르' 등으로 나타나 모구리나 모고리에서 보이는 '구리', '고리'에 직접 대응이 된다. 갯거리오름과 넙거리오름의 지명에서도 볼 수 있다. 국어에서는 '고랑'으로 나타난다.
'ᄌᆞ'는 한자어로서 'ᄆᆞ로 지(旨)'에서 기원한 변음들이 여럿 보인다. 손지오름, 모지오름, 문도지오름, 저지오름, 지미봉의 '지', 물찻, 말찻의 '찻', 머체오름, 체오름, 쳇망오름 '체', 영주산의 '주' 등은 같은 기원이다. ᄆᆞ르 즉 등성마루가 평평한 지형을 말한다. 그러므로 '젯그린동산'이란 등성마루가 평평한 오름이란 뜻이다. 따라서 이 지명은 지금은 알오름을 지시하는 지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원래는 이 오름의 지명이었을 것이다. 이것이 한자로 표기되는 과정에서 전체 오름의 지명은 '모골', '모구악', '모고악'으로 굳어지고, 개동산과 젯그린동산이란 본디 이름은 알오름에 남게 됐을 것이다.
나시리오름은 '낮은 수리'
나시리오름이 바로 북동쪽에 인접해 있다. 표고 164m, 비고 29m다. 전체적으로 원형이지만, 북쪽으로 분화구가 터진 말굽형 오름이다. 나사 모양으로 생겨 나시악(螺施岳)이라고 이름 붙여졌다고 소개한 책이 있다. 나사 모양이라면 나사악(螺絲岳)이라고 할 것이지 왜 나시악(螺施岳)이라고 했는지는 아무 말이 없다. '나시리'라는 말은 '나+시리'의 구조다. '나'는 낮은 뜻이다. 느조리오름, 은월봉 등에서 볼 수 있다. '시리'는 '수리' 즉 봉우리의 뜻이다. 이 말은 축약해 '쉬'로도 변한다. 제주시 조천읍의 늡서리오름은 같은 지명 기원이다. 이 외로도 '생', '싕', '숱', 'ᄉᆞᆺ', '슬', '세', '쉐', '시', '서', '사슴' 등으로 나타난다.
유건에오름은 '작은 산'
나시리오름에서 동쪽으로 1.3㎞ 정도(정상에서 정상까지 거리)에 유건에오름이 있다. 표고 190.2m, 자체높이 75m다. 이 오름은 3개의 봉우리로 돼있는데, 주봉은 남동쪽 봉우리이고, 북쪽·남쪽 봉우리가 있다.
탐라지도병서와 해동지도에 '이기내(伊只乃)', 제주삼읍전도에 '이근악(伊近岳)', '제주군읍지'에는 '유건악(儒巾岳)', 이후 '이근악(貍近岳)', '이근내악(伊近乃岳)' 등으로도 표기됐다. 이 오름의 지명에 대해서 "'이그내오름', '이기내오름'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지만, '이기내·이그내'의 의미는 알 수 없다"는 설명이 있다. 다만 오름의 모습이 선비들이 쓰는 유건(儒巾)과 같아서 '유건에오름'이라 했다는 설도 있으나 확실치 않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또 어느 저자는 그 뜻이 확실하지 않다면서도 원래의 음성형은 '이기내오롬'에 가깝다면서 '유건에오름'이라는 표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뜻을 모르는데 원래의 음성형을 어떻게 알며, 표기는 왜 바꾸자는 것인지 용감한 주장이다.
이 오름의 지명은 북방 고대어 공통 어원 '유거'에서 기원한 것이다. 퉁구스어에서는 '유그-'에서 파생해 에벤키어 '우기', '우그-', 네기달어 '우기-' 등에 비교된다. 투르크어에서는 '유그-'로 나타난다. 이 지명 '유건에'는 퉁구스어와 공통기원일 가능성이 높다. 즉, '유거+ㄴ(관형격 어미)+이(어조사)'일 것이다. '다소 높은 언덕 정도의 작은 산'이라는 의미다. 제주시 오등동에 표고 188.6m의 오구시오름이 있다. '오구+시'의 구조다. '오구'는 '유그-'와 같은 기원이다. '시'는 '수리' 즉, 봉우리의 뜻이다. 국어에서는 '우후-'가 대응한다. 어후악(御後岳)으로 표기해 온 오름이 있다. 한라산 동사면의 성널오름의 북쪽으로 물장오리 사이의 깊은 계곡을 끼고 있는 오름이다. 꽤 높고 가파르다. 이 지명 역시 유건에오름, 오구시오름과 같은 뜻이다. 아이누어 기원이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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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모구리오름은 서귀포시 성읍~수산 간 도로에서 난산리로 진입하는 길 우측에 있다. 표고 232m, 자체높이 82m다. 오름의 등성마루는 평평하며, 분화구는 남동쪽으로 넓은 말굽형으로 벌어져 있다. 이 분화구 가운데 알오름이라는 봉우리가 있으며, 이 알오름이 분화구 가운데 있어 분화구는 전체적으로 U자형의 기다란 골짜기 모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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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구리오름(왼쪽)과 나시리오름(오른쪽). 가운데 멀리 보이는 오름은 영주산. 동남쪽에서 촬영. 김찬수 |
모구리오름이란 지명의 해독에 단서가 될 만한 지명이 눈에 들어온다. 알오름의 이름을 '개동산' 혹은 '젯그린동산'이라고 하는 것이다. '개동산'이란 이름에서 누운 어미개를 연상했을 것이다. 그러니 '젯그린동산'은 당연히 젖을 그리워하는 새끼개라 풀이했을 것이다. '개동산'의 '개'란 '고리'의 변음이다. '고리'란 'ᄀᆞᆯ'→'ᄀᆞ'→'개'로 발음되기 때문이다. '젯그린동산'이란 지명에서는 '그린'이라는 말에 묻혀 있다. 이 '그린'은 '그리+ㄴ(관형격 어미)'에서 온 말이다. '젯그린동산'의 '젯'은 'ᄌᆞ+ㅅ(사이시옷)'의 구조다. 북방 여러 언어에서 언덕 혹은 작은 산을 지시하는 말로 '고리'가 있다. 몽골의 여러 방언 중 '거리', '구리', '구르' 등으로 나타나 모구리나 모고리에서 보이는 '구리', '고리'에 직접 대응이 된다. 갯거리오름과 넙거리오름의 지명에서도 볼 수 있다. 국어에서는 '고랑'으로 나타난다.
'ᄌᆞ'는 한자어로서 'ᄆᆞ로 지(旨)'에서 기원한 변음들이 여럿 보인다. 손지오름, 모지오름, 문도지오름, 저지오름, 지미봉의 '지', 물찻, 말찻의 '찻', 머체오름, 체오름, 쳇망오름 '체', 영주산의 '주' 등은 같은 기원이다. ᄆᆞ르 즉 등성마루가 평평한 지형을 말한다. 그러므로 '젯그린동산'이란 등성마루가 평평한 오름이란 뜻이다. 따라서 이 지명은 지금은 알오름을 지시하는 지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원래는 이 오름의 지명이었을 것이다. 이것이 한자로 표기되는 과정에서 전체 오름의 지명은 '모골', '모구악', '모고악'으로 굳어지고, 개동산과 젯그린동산이란 본디 이름은 알오름에 남게 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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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시리오름(왼쪽)과 유건에오름(오른쪽). 높이가 비교된다. 서쪽에서 촬영. 김찬수 |
나시리오름은 '낮은 수리'
나시리오름이 바로 북동쪽에 인접해 있다. 표고 164m, 비고 29m다. 전체적으로 원형이지만, 북쪽으로 분화구가 터진 말굽형 오름이다. 나사 모양으로 생겨 나시악(螺施岳)이라고 이름 붙여졌다고 소개한 책이 있다. 나사 모양이라면 나사악(螺絲岳)이라고 할 것이지 왜 나시악(螺施岳)이라고 했는지는 아무 말이 없다. '나시리'라는 말은 '나+시리'의 구조다. '나'는 낮은 뜻이다. 느조리오름, 은월봉 등에서 볼 수 있다. '시리'는 '수리' 즉 봉우리의 뜻이다. 이 말은 축약해 '쉬'로도 변한다. 제주시 조천읍의 늡서리오름은 같은 지명 기원이다. 이 외로도 '생', '싕', '숱', 'ᄉᆞᆺ', '슬', '세', '쉐', '시', '서', '사슴' 등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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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구리오름. 등성마루가 평평하다. 북서쪽에서 촬영. 김찬수 |
유건에오름은 '작은 산'
나시리오름에서 동쪽으로 1.3㎞ 정도(정상에서 정상까지 거리)에 유건에오름이 있다. 표고 190.2m, 자체높이 75m다. 이 오름은 3개의 봉우리로 돼있는데, 주봉은 남동쪽 봉우리이고, 북쪽·남쪽 봉우리가 있다.
탐라지도병서와 해동지도에 '이기내(伊只乃)', 제주삼읍전도에 '이근악(伊近岳)', '제주군읍지'에는 '유건악(儒巾岳)', 이후 '이근악(貍近岳)', '이근내악(伊近乃岳)' 등으로도 표기됐다. 이 오름의 지명에 대해서 "'이그내오름', '이기내오름'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지만, '이기내·이그내'의 의미는 알 수 없다"는 설명이 있다. 다만 오름의 모습이 선비들이 쓰는 유건(儒巾)과 같아서 '유건에오름'이라 했다는 설도 있으나 확실치 않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또 어느 저자는 그 뜻이 확실하지 않다면서도 원래의 음성형은 '이기내오롬'에 가깝다면서 '유건에오름'이라는 표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뜻을 모르는데 원래의 음성형을 어떻게 알며, 표기는 왜 바꾸자는 것인지 용감한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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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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