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세계로 가는 제주' 공허하다
입력 : 2011. 05. 03(화) 00:00
최근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 아메리칸 대학교 교정에 조성되기 시작한 '한국정원'은 제주의 자랑과 긍지를 한껏 보여준다. '한국정원'이지만 제주의 생태자원과 민속문화로 대부분 채워졌다. 왕벚나무뿐만 아니라 돌하르방 석상과 정낭, 그리고 동자석도 한국정원 이곳저곳에 세워질 정도로 제주민속문화까지 포괄적으로 담아냈다.

워싱턴의 한국정원은 한라산에서 자생지가 발견된지 1세기 만에 제주의 자생 왕벚나무가 세계로 진출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주미 한국대사와 우리나라 산림연구를 주도하는 정부 최고 책임자, 그리고 미국의 지식인 그룹인 아메리칸대가 제주 토종 왕벚나무의 워싱턴 식재를 주도한 것 자체만으로도 상징적이다.

기자는 워싱턴 출장길에 워싱턴 근교 메릴랜드주 벨츠빌시에 있는 미 농림부 산하의 농업연구소를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국립산림과학원 소속 연구사로 제주에서 연구했던 정은주 박사가 이 연구소의 유전자원연구실에서 왕벚나무 조직배양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그 소재가 바로 이승만 대통령이 아메리칸대에 심었던 왕벚나무다. 앞으로 제주에서 옮겨간 왕벚나무에 대한 조직배양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구길본 국립산림과학원장도 "앞으로 제주도 원산의 왕벚나무들을 이곳 미국 농림부 농업연구소에서 조직배양을 통하여 증식 제공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증식과 품종개량에 본격 착수할 의지를 내비쳤다.

세계는 역사문화 예술, 그리고 자연자산 등이 위력을 발휘하는 영향력인 이른바 '소프트 파워'가 지배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최근 영국 왕실의 '로열웨딩'은 영국의 소프트파워를 국제사회에 과시한 대표적 사례다.

이제 자생 왕벚나무를 제주의 국제 '소프트 파워'의 테마로 키울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김형국 숙명여대 사회과학대학장은 "국가 이미지와 국가의 브랜드 파워 증진에 제주의 향토 수종인 왕벚나무가 적합한 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립산림과학원 김찬수 박사도 "원산지 왕벚나무의 세계화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번 한국정원 조성 행사는 제주로서는 성과만 있었던 게 아니다. 현지 관계자들은 이 뜻깊은 행사에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한명도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혀를 찼다.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올리지 못하는 제주도정에 대한 쓴소리였다.

제주가 원산인 왕벚나무와 제주민속문화의 세계화는 어느날 갑자기 노력없이 얻어지는 게 아니다. 이대로는 우근민 도정의 슬로건인 '세계가 찾는 제주, 세계로 가는 제주'는 공허할 뿐이다. 제주의 환경자산과 민속문화에 대한 가치 인식이 없다면 어불성설이다. <강시영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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