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비장애인과 차별없는 세상을 위해"
입력 : 2011. 05. 10(화) 00:00
왕벚꽃축제 개막을 즈음해 편집국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50대 남성은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장애를 갖고 있는 부인과 함께 왕벚꽃축제장을 찾았다가 돌아온 직후라고 했다.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은 '반쪽'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우근민 지사는 지난달 제31회 장애인의 날 기념 메시지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권리신장은 확대돼야 한다"면서 "장애인이 배우고, 일하고, 이동하는 데에는 비장애인과 차별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애인들을 둘러싸고 있는 현실은 냉엄하다.

장애인들의 경제활동을 위한 사회 기반시설은 거의 전무하다. 장애인 고용률은 해마다 낮아지고, 심지어 도내 공기업 상당수가 장애인 고용을 회피하고 있다.

장애인의 이동권에 대한 사회적 배려 역시 아직은 후진국 수준이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모자랄 뿐만아니라 느슨한 단속을 악용하는 얌체 운전자도 여전하다. 이면도로는 고사하고 주요 도로 역시 장애인들이 다니기에는 아직도 버겁다. 인도에 대형화분이 떡하니 버티고 있고, 중간 중간에 상가 진열품·전신주·불법 광고물이 가로 막고 있다.

다행스런 것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장애인의 날을 즈음해 일부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제주특별자치도 농아복지관을 찾아 장애를 체험했다. 또 다른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은 학교에서, 일부 동사무소와 자생단체 회원들이 지역 곳곳에서 체험에 나서는 등 장애를 이해하려는 노력들이 시작되고 있다.

일본 가나가와현에 있는 일본이화학공업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이 회사는 전직원이 74명에 불과한 분필제조 업체이다. 특이한 점은 이 회사 직원 가운데 53명이 지적장애인이라는 사실이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친환경 분필인 '더스트리스 초크' '키트파스' 등 제품은 일본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화학공업의 장애인 고용은 오야마 회장이 1956년 입사한 후 주변 양호학교 교사의 간청에 못이겨 고용하면서 시작됐다. 식사시간까지 잊어가며 일에 매달리는 그들의 모습에 감명을 받은 그는 이듬해 다시 2명을 정식 고용했다. 제2공장을 지으면서는 장애인들의 눈높이에 맞는 설비를 개발, 비장애인들과 똑같이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면서 오늘과 같은 성과를 거뒀다.

우 지사는 장애인의 날 메시지를 빌어 "더불어 사는 공동체적 가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차별없는 삶을 영위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과연 우리사회와 행정이 더불어 사는 공동체적 가치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반문하게 만든다. <현영종 사회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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