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탐라에 대한 말의 성찬을 그만두자
입력 : 2011. 06. 14(화) 00:00
제주도가 최근 들어 '탐라'를 앞세우는 일이 많아졌다. 느닷없이 발표된 '탐라문화광장' 조성을 위한 용역이나 탐라문화제를 개편 '대탐라전(가칭)'으로 하는 안을 추진하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사안에 대해서는 찬반이 있을 수 있고 타당성도 있을 것이다. 타당성은 논외로 하고 얘기하고 싶은 것은 제주도가 너무 임기응변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탐라는 오늘날 제주도의 역사문화를 있게 한 근원이다. 그렇지만 탐라국 실체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명확하고 정립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탐라가 언제부터 시작됐고, '국'으로서의 단계는 어느 시점인지, 어떤 단계의 정치사회체를 유지하고 있었는지, 그 주체는 누구인지, 국읍은 어디인지 등등에 대한 실체규명은 미흡한 상태인 것이다. 한마디로 탐라국은 무엇인가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의해서 설명하기가 어렵다. 납득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문헌자료의 빈약에다 탐라사회의 일단을 엿볼 수 있는 고고역사 유적들은 제대로 조사 정비되지 않고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몇 년 전부터 관련학계와 민간연구기관 및 단체에서 탐라문화권 정립사업에 대한 제주도의 관심을 촉구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우근민지사도 이러한 여론을 수렴 지난해 탐라문화권 정립을 도정 핵심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논의도 못한 채 흐지부지되고 있다. 다른 지방의 경우 수년 전부터 수 천 억 원의 막대한 국고를 지원받아 문화권 정립사업을 벌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제주도로서는 제때 대응하지 못하는 바람에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다.

그런 가운데 제주도가 최근 들어 탐라문화광장 조성이니 대탐라전과 같은 것들을 내놓고 있는 것을 보면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다. 탐라문화광장은 탐라의 상징공간인 원도심 재생사업과 목관아 정비사업에 대한 방향설정도 없이 불쑥 내던져져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대탐라전 역시 지난해 개최된 대백제전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대백제전을 치러내기까지 백제문화권 정비사업(1977년부터 2010년까지 사업비 2조7284억 원 투입)을 했고, 56회에 이르기까지 백제문화제를 개최하면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과정을 거쳤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제주도가 유념해야 할 부분은 이런 대목들이다. 어떤 사업이라도 치밀한 고민 없이 말만을 앞세울 경우 졸속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탐라문화광장이나 대탐라전을 추진하는 것도 좋지만 탐라의 실체를 규명하고 정립하는 작업은 더욱 중요시 돼야 하지 않을까. 이제는 '탐라'에 대한 말의 성찬이 아니라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주도가 진정성을 갖고 해야 하는 것이다. <이윤형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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