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주5일 수업제의 안착을 위해
입력 : 2011. 06. 21(화) 00:00
'주5일 수업제'가 발등의 불로 다가왔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년부터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주5일 수업제를 전면 시행한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급작스런 발표로 교원단체들은 엇갈린 반응이다. 학부모들은 섣부른 정책으로 사교육비만 늘어날 것이라며 걱정스런 표정이다. 학부모단체들 역시 사교육비에 대한 걱정과 함께 맞벌이·저소득층 자녀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며 우려를 보내고 있다.

주변을 살펴보면 이들 학부모단체들의 우려는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직장 생활을 하는 한 후배는 수업이 없는 '놀토'만 되면 좌불안석이다. 주5일 근무제가 적용되지만 마음놓고 쉴 수 없는데다 부인 마저 토요일에 근무를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또다른 학부모는 "주5일 수업제가 시작되면 애들 학원을 하나 더 늘려야 할지, 아니면 현재 다니는 직장을 그만둬야 할 지 벌써부터 고민"이라며 한 숨이다.

저소득층에게는 더욱 심각한 현실로 다가온다. 부부 어느 한 쪽도 토요일날 쉴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 저소득층의 자녀들은 어른들의 보호를 받지 못한채 사실상 방치될 우려가 높다.

사실 주5일 수업제는 긍정 효과도 크다. 학생들의 학습부담이 적어지면서 체험활동을 늘릴 수 있다. 학부모 역시 자녀들과 체험학습에 함께 나서며 가족 간 유대를 돈독히 할 수 있다. 또 관광 등 부문에서 수요가 늘며 경제계 전반에 활력을 가져올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이같은 긍정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부정적 측면에 대한 보완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교과부가 저소득층·맞벌이 부부 자녀를 위해 ▷토요 돌봄교실 확대 ▷토요 방과후학교 확대 등과 함께 ▷주중에만 제한적으로 운영되던 지역아동센터·각종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을 주말까지 확대키로 했다지만 충분치 않다.

격주로 5일제 수업이 이뤄지는 현재를 보면 그 이유는 분명히 보인다. 수업이 없는 토요일만 되면 자녀들은 갈 곳이 없어 학원 등지를 배회하곤 한다. 일부 학부모는 보낼 곳이 마땅치 않아 조퇴를 하며 직접 보살피기도 한다.

급작스런 결정이지만 지금도 늦지는 않았다. 주5일 수업제 안착을 위해 필요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토요 돌봄교실·토요 방과후학교 등을 확충하는 동시에 내실을 기해야 한다. 짧지만 시범운영 기간 동안 문제점을 살피고 지역 특성에 맞는 대책을 찾아야 한다.

학교에만 의존하는 현재의 교육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도 시작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교육 현실은 학교에 의존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건강한 후세를 키워 나가려면 학교-가정-사회가 이를 함께 나눠 책임지는 구조가 무엇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영종 사회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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