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원님행차뒤 나팔소리'
입력 : 2011. 07. 12(화) 00:00
직무를 소홀히 하거나 하지 않는 공직자들의 업무행태를 비꼬는 말들은 과거부터 적쟎이 전해온다. 땅에 엎드린 채 업무처리에 몸을 사리는 공직자들의 근무행태를 지적한 복지부동(伏地不動)에서 '복지안동(伏地眼動)', 한발 더 나아가 복지뇌동(伏地腦動)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공직자 개인의 능력과 소신이 아닌 '줄서기'의 그릇된 모습들이 누적된 오늘의 공직사회 현실이 빚어낸 결과는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최근에는 공직자 '생존철학'을 지적하는 우스갯소리로 "말은 가급적 적게하고, 머리는 최대한 자주 조아리라"는 얘기마저 있다. 국가와 사회의 근간인 공직자의 역할과 바른 자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옛 독일통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는 "나라를 세우는데는 백년이 걸리지만, 그것을 허무는데는 한 순간으로 족하다"고 한 말도 가끔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제주 공직사회에 이해할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터지고 말았다. 지난 40여년간 제주자치도가 위임받아 관리해 온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가 국가사무로 환원되고 만 것이다. 제주도도 모른 채(?) 말이다.

더 심각한 사실은 대통령소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가 제주자치도에 한라산국립공원 관리권의 국가 환원 여부에 대해 몇 차례 의견을 조회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등 안일한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는 얘기다. 한라산국립공원의 관리 권한을 국가로 환원하는 결정(지난 5월 하순)을 내리기 두 달전인 3월 24일부터 의견제출을 요구하는 관련 공문을 세 차례나 발송했는데도 '반응'이 없었다 한다.

'원님행차뒤에 나팔부는 격'이라고 도와 도의회, 도감사위원회 등이 사태해결과 원인조사에 부산을 떨고 있다. 서울로 긴급 상경, 관리권 재위임 방안을 찾는가 하면 관련 공문의 접수 및 처리과정 등을 면밀히 조사해 관련 공무원에 대한 철저한 책임추궁을 예고하고 나섰다. 당연히 직무소홀이나 태만을 한 공직자는 엄중 문책받아야 한다.

'한라산'을 빼고 제주도를 말할 수 없다. '제주도가 곧 한라산이며, 한라산이 바로 제주도'라할 만큼 제주(민)의 자존심 그 자체다.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목적에도 맞지 않고,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지질공원인 한라산 국립공원을 제주도 특색에 맞는 보전 및 개발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게 뻔하다. 한라산 관리권의 국가사무 환원은 당연히 재고돼 제주도로 재위임되어 마땅한 이유다.

올해도 긴 장마속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여름나기가 힘든 여정이 될 전망이다. 도시마다 '열섬'을 만들어내고, 열대야가 일상화된 이 여름이 가기 전에 '비록 원님은 행차했지만 (한라산 관리권 재위임의)시원한 나팔소리'가 새롭게 울리길 기대한다. <김기현 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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