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세계환경수도
입력 : 2011. 08. 30(화) 00:00
'환경수도'는 도시 정책 전반에 걸쳐 환경적 고려를 중시하고 우선시하는 많은 도시 중에서도 '으뜸인 도시'다. 환경에 관한한 한 국가의 대표적 프로그램과 위상을 지닌 친환경도시로서, 환경적으로 가장 선진적이고 모범적인 도시를 의미한다. 이는 정치적, 행정적 의미의 수도와는 다른 개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지자체들이 환경수도를 정책적으로 표방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독일의 프라이부르크, 브라질의 꾸리지바가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용어로서의 환경수도는 현재 학문적이거나 제도화된 용어도 아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내년 9월 제주에서 열리는 세계자연보전총회(WCC, World Conservation Congress)를 계기로 제주를 세계환경수도로 육성하는 비전을 밝혔다. 이 비전은 제주자치도가 올해초 확정 발표한 '세계환경수도 조성 기본계획'을 통해 이미 제시돼 있다.

최근에 제주자치도와 제주WCC조직위원회가 밝힌 제주 세계환경수도 계획은 이 보다 더욱 진전된 내용이며 구체적이다. 김종천 WCC 조직위원회 사무처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르면 2016년, 늦어도 2020년까지 제주도가 세계 환경수도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내년 제주에서 열리는 2012 WCC에서 세계 환경수도 지정을 위한 결의문 채택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 구상이 더욱 주목을 끄는 것은 WCC를 주관하는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의 역할과 그 무게감 때문이다. IUCN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여부를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국제 전문가그룹이다. IUCN이 세계자연유산을 등재 권고하듯이 제주WCC 때 환경수도를 지정하기 위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과 방법을 제시할 것이며, 이를 통해 그 첫 결실로 이르면 2016년, 늦어도 2020년까지 제주도가 세계 환경수도로 지정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상대로 실현된다면 제주는 IUCN이 공인하는 세계 환경수도의 자격을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이는 환경수도라는 미사여구식 용어에만 집착해 다분히 정치적이거나 보여주기식 행정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며, 제주인의 생활양식과 각종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제주=환경'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초석을 놓는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기대가 크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모두 환경도시나 환경수도라고 지칭하지 않는다. 개발문제나 환경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자연환경을 보전하거나 새로운 환경정책 모델을 제시하고, 시민들의 노력과 참여에 의해 얻어진 결과를 두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야 국가와 세계를 대표할 수 있는 환경수도로서의 위상을 갖게 된다. 제주가 그 반열에 오르기 위해 시험대에 있다. <강시영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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