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수월봉 국제트레일
입력 : 2011. 10. 11(화) 00:00
국내 유일의 세계지질공원인 제주에 명품 지질관광 시대가 활짝 열렸다. 지난 1일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수월봉 일대에서 개막된 제주세계지질공원 국제트레일이 본격적인 제주 지질관광시대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트레일 현장을 찾은 도민과 관광객 등 탐방객들이 화산재가 켜켜이 쌓인 수월봉 해안절벽 지대와 이웃해 있는 차귀도를 탐방하며 절경을 만끽하고는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세계지질공원은 세계유산의 대안으로 자주 거론된다. 세계유산과 생물권보전지역이 '보호'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지질공원은 지질적 특성이 있는 지역을 보호하기도 하지만 '활용'을 통한 관광과 지역경제를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핵심대상 이외에는 행위제한도 받지 않는다. 최근 국제적으로 지질공원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인 것도 이러한 상황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세계지질공원을 활용한 수월봉 국제트레일이 탄생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지난해 제주특별자치도의 예산 편성 당시 지질공원 활용 프로그램과 관련한 예산은 한푼도 반영하지 않았었다. 이후 지질공원의 가능성과 중요성에 공감하는 많은 전문가들과 언론계, 그리고 도의회의 뜻이 모아져 가까스로 2011년 예산에 반영되는 산고가 있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수월봉에 주목한 것은 '화산학의 교과서'로 평가되는 지질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주변에 해양생태 자원과 제주의 선사문화 및 전설 등 각종 제주의 역사·문화가 응축된 곳이기 때문이다. "지질관광이 활성화될 수 있는 세계적인 공간"이라는데 이견이 없었다.

이 뿐이 아니다. 세계지질공원을 활용한 수월봉 국제트레일은 고산을 중심으로 한 제주 서부권 생태역사문화 관광 발전과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제주 서부권은 풍부한 자원에도 불구하고 관광에서 소외를 받아온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해줄 임팩트로서 세계지질공원과 수월봉의 가치와 가능성을 내다본 것이다.

수월봉 국제트레일이 한창 진행중인 현장에서는 탐방객들의 찬사와 언론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지독한 가뭄으로 실의에 빠져 있는 주민들에게 한줄기 소나기와도 같고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마을 이장과 주민들이 자진해서 해설사로 나서고 선상탐방프로그램은 반값에 할인하고 있다. 주민들에게 혹독했던 고산과 수월봉의 '바람'은 이제 자원으로 승화하고 있다. 세계지질공원 수월봉 국제트레일의 콘텐츠를 '바람의 언덕'으로 삼고 수천개의 바람개비를 제작해 선보인 주민들의 열정은 감동적이다. 주민들이 만들어가는 지질공원이 바로 세계지질공원이 추구하는 이상이자 미래인 것이다.

<강시영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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