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권력(權力)
입력 : 2012. 01. 25(수) 00:00
"(한나라당의)재집권을 위해 대통령이 어떻게 해야할지는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지난 18일 김종인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이 이명박 대통령의 '자진 탈당'을 우회적으로 요구하며 작심한 듯 쏟아낸 말이다. 다음날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은 "대통령의 탈당으로 이득을 보는 (비상대책위원회)위원들이 (박근혜)위원장을 모시고 당을 나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잘못했다고 호적에서 나가라고 하는 것은 패륜아들이나 하는 짓"이라며 "대통령을 나가라고 하는 사람들끼리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패륜아'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아주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남은 임기가 1년 남짓인 이명박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하는 일들이 터지고 있다.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과 관련된 CNK인터내셔널의 주가조작 의혹, 대통령 측근 및 친인척 비리 의혹 등이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형님' 이상득 의원은 비리 혐의로 구속된 자신의 보좌관 때문에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다. '형님'의 일은 여전히 '뇌관'으로 남아 있다.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 오빠는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멘토'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그의 양아들로 통하는 정용욱 방통위 정책보좌관의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임기 1년여를 남긴 이 대통령의 주변 환경이 그야말로 악화일로(惡化一路)다. 50%를 넘나들던 지지율도 30%선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신이 속한 한나라당 일부에서 "탈당하라"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으니 체면이 말이 아니다.

권력이란 참으로 야박하다. 단임 대통령 일때는 더욱 그렇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임기는 5년 단임이다. 국민들이 직접 뽑은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고 물러났다. 역대 대통령의 임기말은 불행이었다. 측근 및 친인척의 비리 등으로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정당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떠나야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는 치욕적인(?) 일을 감당하고 나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권력과 마찬가지로 단임제도 야박하다. 2007년 2월 노무현 대통령이 탈당계를 제출하면서 "야당은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이 선거 전략상 유리하게 되어 있으니 자연 대통령은 집중 공격의 표적이 된다. 대통령은 차기 후보가 아니니 맞서 대응하기도 어렵고, 여당은 차별화해 거리를 두는 것이 유리하게 생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구조에 빠지지 않으려면 대통령이 차기 선거에서 여당 후보에게 도움이 될 만큼 국민의 지지가 높아야 한다. 임기말 당을 떠나는 마지막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며 단임 대통령의 한계를 지적했다.

실로 불행하고 안쓰럽게도 임기말 이 대통령은 철없는 젊은이들의 저질패러디에까지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씁쓸한 일이다. 속이 무척이나 아프시겠지만, 현실이다. 탈당했다고 해서 등돌린 민심(民心)이 돌아올 것 같지는 않다. 하기 나름이다. 왜냐하면 대통령이니까. 무려 1년 이나 남았다. 만시지탄(晩時之歎) 하지 말고 '소통'하면 변화가 있을 것이다. <한국현 편집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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