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농민이 기댈 곳은 어디인가
입력 : 2012. 02. 01(수) 00:00
가가

중국의 농민공 문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농촌 출신 도시 일용직 노동자인 농민공은 자그만치 2억5000만명이다. 얼마전 농민공과 관련한 의미있는 조사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이들이 도시민과 같은 대우를 받으며 살 수 있게 하려면 20조 위안이 필요하다는 것. 우리 돈으로 계산하면 무려 3640조원에 이른다. 올해 우리나라 예산이 325조원이니 얼마나 많은 비용인지 알 수 있다. 푸대접을 받는 농민들이 농촌을 등지면서 빚어진 것이다.
남나라 문제를 들출 것도 없다. 우리 농촌 역시 말이 아니다. 농업이 갈수록 시장 개방의 재물이 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보호막이 됐던 빗장을 풀지 못해 안달이다. 그러니 가뜩이나 취약한 농업이 어디로 가겠는가. 벼랑끝으로 내몰릴 수밖에. 농업이 요즘처럼 홀대를 받았던 때가 있었나 싶다. 그나마 위안이었던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 부끄럽게 와닿는다. 천하의 근본인 농민(농업)이 이제는 천대받는 신세가 됐다.
실제로 우리 농촌은 암담하다. 임진년 새해 벽두부터 축산농가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앞두고 소값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육우(젖소 수컷) 송아지 한마리 가격이 1만원 정도다. 서민들이 즐겨먹는 삼겹살 1인분 값도 안된다. 기막힌 현실이다. 급기야 자식같이 키우던 소를 굶겨죽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오죽하면 그러겠는가. 사료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는데 소값은 땅을 치고 있다. 소를 키우면 키울수록 빚만 쌓이니 어찌 견디겠는가.
문제는 소값 파동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육우에서 한우로 번지는 것은 시간문제로 본다. 한·미 FTA 발효가 당장 발등의 불이다. 그 후폭풍이 사실상 축산농가로부터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나 다름 없다. FTA가 발효되면 값싼 쇠고기가 물밀듯이 들어올테니 어쩌겠는가. 그 불안감은 쉽사리 떨쳐낼 수 없다. 그래서 축산농가는 더 어려워질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때는 우골탑(牛骨塔)이란 말이 낯설지 않았다. 소를 팔아서 자식을 공부시킨다는 말이다. 그랬던 소가 지금은 되레 축산농가를 울리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정부 대책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무대책이 대책이다. 말도 안되는 대책만 내놓고 있다. 고작 '군인들에게 한우를 먹이겠다'는게 전부다. 소값 파동조차 수습하지 못하면서 무슨 수로 한·미 FTA에 대처할지 걱정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과연 정부의 안중에 농민이 손톱만큼이라도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잖아도 난리인데 다시 캐나다 쇠고기를 수입하겠다고 나섰다. 소값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면서 수입을 늘리는게 말이 되는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하필 그것도 축산농가가 어려운 시기에 내린 조치여서 할말을 잃게 한다. 이게 농민을 위한 농정인지 씁쓸하다.
늘 그렇듯이 정부는 국익을 내세운다. 농민을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FTA도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농민은 죽으란 소리다. 반면 기업에는 날개를 달아준다. 그런 대기업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라. 국제무대에 나가 경제영토를 넓히랬더니 골목상권 점령에 혈안이다. 수출도 좋지만 농민도 살아야 한다. 중국이 농민공 문제로 치르는 대가를 반면교사로 삼을 때다. <김병준 편집부국장>
실제로 우리 농촌은 암담하다. 임진년 새해 벽두부터 축산농가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앞두고 소값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육우(젖소 수컷) 송아지 한마리 가격이 1만원 정도다. 서민들이 즐겨먹는 삼겹살 1인분 값도 안된다. 기막힌 현실이다. 급기야 자식같이 키우던 소를 굶겨죽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오죽하면 그러겠는가. 사료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는데 소값은 땅을 치고 있다. 소를 키우면 키울수록 빚만 쌓이니 어찌 견디겠는가.
문제는 소값 파동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육우에서 한우로 번지는 것은 시간문제로 본다. 한·미 FTA 발효가 당장 발등의 불이다. 그 후폭풍이 사실상 축산농가로부터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나 다름 없다. FTA가 발효되면 값싼 쇠고기가 물밀듯이 들어올테니 어쩌겠는가. 그 불안감은 쉽사리 떨쳐낼 수 없다. 그래서 축산농가는 더 어려워질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때는 우골탑(牛骨塔)이란 말이 낯설지 않았다. 소를 팔아서 자식을 공부시킨다는 말이다. 그랬던 소가 지금은 되레 축산농가를 울리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정부 대책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무대책이 대책이다. 말도 안되는 대책만 내놓고 있다. 고작 '군인들에게 한우를 먹이겠다'는게 전부다. 소값 파동조차 수습하지 못하면서 무슨 수로 한·미 FTA에 대처할지 걱정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과연 정부의 안중에 농민이 손톱만큼이라도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잖아도 난리인데 다시 캐나다 쇠고기를 수입하겠다고 나섰다. 소값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면서 수입을 늘리는게 말이 되는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하필 그것도 축산농가가 어려운 시기에 내린 조치여서 할말을 잃게 한다. 이게 농민을 위한 농정인지 씁쓸하다.
늘 그렇듯이 정부는 국익을 내세운다. 농민을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FTA도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농민은 죽으란 소리다. 반면 기업에는 날개를 달아준다. 그런 대기업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라. 국제무대에 나가 경제영토를 넓히랬더니 골목상권 점령에 혈안이다. 수출도 좋지만 농민도 살아야 한다. 중국이 농민공 문제로 치르는 대가를 반면교사로 삼을 때다. <김병준 편집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