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중앙박물관에 탐라는 없다?
입력 : 2012. 02. 29(수) 00:00
서울 용산구에 자리하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나라 최고의 박물관이다. 이곳 상설전시실에 들어서면 처음 만나는 곳이 선사고대관이다. 선사시대부터 발해까지 다양한 문화를 명품위주로 전시하고 있다. 구석기실, 신석기실, 청동기 / 고조선실, 부여 / 삼한실, 고구려·백제·가야·신라실은 고대의 번성했던 문명을 타임캡슐처럼 보여준다.

그런데 우리나라 역사문화 DNA의 총 집합체인 이곳에 탐라와 관련된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전시관 입구의 한국사연표를 나타낸 패널에도 탐라시대와 관련된 어떠한 언급도 없다. 마한·진한·변한으로 구성된 삼한관에라도 한 공간을 차지할 법 하지만 기대뿐이었다.

이곳에 탐라와 관련된 대목은 만년 전후의 한반도 주변 상황을 나타내면서 고산리식 토기와 강정동 출토 토기 등을 전시하고, 신석기시대 북촌리식 토기가 부산 동삼동유적 출토 토기와 나란히 전시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몇 점의 유물들도 엄밀히 말해 탐라시대 이전의 선사시대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국민은 물론 전세계인들이 찾는 중앙박물관에 탐라가 없다면 문제다. 제주에도 10여 년 전 국립박물관이 건립돼 독특한 역사문화를 전시하고 있는데도 정작 중앙박물관에는 없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탐라에 대한 인식의 일단을 엿볼 수 있는 사례다. 중앙중심적 사고 탓으로 돌릴 수도 있지만 그 이전에 탐라사에 대한 학문적 연구와 실체규명이 미진한 탓일 수도 있다.

사실 쉽게 탐라 혹은 탐라국을 이야기하지만 탐라(국)가 뭔지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탐라국이라는 '국'의 내용과 실체를 규명하기에는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 '해상왕국 탐라'라고 흔히 이야기 하지만 외부의 시각에서 볼 때는 여전히 뭔가가 부족하다.

제주도가 올해 (가칭) '2012대탐라전'을 개최하겠다고 하는 것을 두고 앞뒤가 뒤바뀐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처럼 현실인식이 결여됐기 때문이다. 대백제전의 경우 1977년부터 2010년까지 백제문화권정비사업을 하면서 2조7000억원을 투입 관련분야의 연구와 정비사업을 진행했고, 56회에 이르기까지 백제문화제를 개최하는 과정을 거쳤기에 가능했다. 제주와는 사정이 다르다. '대탐라'를 내세운다고 해서 탐라의 역사문화가 더욱 화려해지고 웅장해진다고 여긴다면 천박한 역사의식을 드러낸다고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추진위원회는 '대탐라전' 명칭이 논란이 일자 다시 또 '탐라대전' 명칭을 내걸고 둘 중 하나를 전국 공모를 통해 결정할 모양이다. 불과 몇 개월 남겨두고 벌어지는 모양새가 볼썽 사납다.

제주도로서는 '대탐라전' 같은 축제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방치되고 있는 문화유적에 대한 지속적인 정비와 관련 학술연구의 지원을 통해 탐라사를 규명하는 작업이 더욱 중요시돼야 하지 않을까. '대탐라'라는 이름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중앙박물관에 탐라 관련 연표와 유물이 당당히 들어서 우리 국민과 세계인들에게 탐라를 알릴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촉구하고, 뒷받침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이윤형 사회교육부장>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1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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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 02-29 14:13삭제
뿌리는 그 민족의 얼. 보이기식 축제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연구를 통해서 우리의 얼을 살려내야 한다는 필자의 주장에 심히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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